바이든 "푸틴, 권좌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 직격

입력
2022.03.27 09:09
러시아 대한 미국의 접근법 중대 변화 시사 
크렘린궁 "바이든이 결정할 사안 아냐"
백악관 측 "정권교체 논의 없어" 진화 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권좌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며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시사했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이렇게 밝혔다.

미국 현지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의 퇴진을 촉구했다"고 전했고,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발언한 것 중 가장 강력하게 러시아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며 "이는 미국의 러시아 접근법에 중대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정권 교체에 대한 지원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권 교체가 서방 대응의 목표라는 암시를 주지 않으려 애써왔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권교체에 대한 언급은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와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백악관 측은 연설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언급한 게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요점은 푸틴 대통령이 이웃국가나 그 지역에 대해 힘을 행사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는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나 정권 교체를 논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러시아는 정권 교체 시사 발언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는) 바이든 씨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이 선출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러시아 국민은 '적'이 아니라며 분리하려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전쟁은 러시아의 전략적 실패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신속하고 가혹한 대가만이 러시아 진로를 바꿀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를 러시아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제국주의 프로젝트로 그리고 싶어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토는 방어 동맹으로, 러시아의 종말을 추구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국민을 향해서는 "여러분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무고한 어린이와 노인을 살해하는 것을 환영하고, 병원과 학교, 산부인과 병동에 대한 공격을 용인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