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 먹자골목, 펜스 두고 몸싸움… 상인·구청 갈등 여전

입력
2022.03.26 16:48
상인·구청 용역직원 대치 새벽에 일단락
상인들 "구청이 펜스 설치 말 바꿔"
구청 "오해였다"…기존 펜스에 덧대기로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 화재 현장에서 26일 새벽 안전펜스 설치를 둘러싸고 상인들과 관할구청 용역직원들 간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몸싸움으로 번졌다 일단락됐지만, 상인들과 구청 간 입장 차가 여전해 양측의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과 구청 용역직원들의 충돌은 전날인 25일 오후 10시부터 시작됐다. 상인들이 불이 난 곳 주변에 자체적으로 설치한 펜스를 두고 충돌했다. 용역직원 수십 명이 펜스를 철거하고 구청 측이 대신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상인들은 앞서 24일 주민 안전 등을 위해 자비를 들여 자체적으로 펜스를 설치한 상태였다. 구청 용역직원들이 굴착기 등을 동원해 작업에 나서자 상인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몸으로 용역직원을 막아섰다. 한때 물리적인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양측은 몸싸움을 자제하며 한동안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양측의 충돌에 상인들이 설치한 펜스는 그대로 두고 그 옆에 구청 측 안전펜스를 덧대기로 하면서 상황은 오전 2시쯤 일단락됐다.

상인들 "구청 추가 펜스 반대… 상황 지켜볼 것"

안전펜스 설치 작업을 두고 상인과 구청 간 입장은 엇갈린다. 상인들은 안전을 위해 설치한 만큼 구청이 이미 양해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갑자기 펜스를 철거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청 측은 상인들이 설치한 펜스와 별개로 안전펜스를 설치하려고 했던 것으로, 오해였다고 해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기존 펜스를 철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펜스를 설치해 출입을 금지하려는 것"이라며 "무허가 건물인 만큼 쫓겨나게 될 것을 우려해 상인들이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펜스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해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펜스 바깥에 친 구청 펜스가 탐탁치 않다. 일단 구청과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용역직원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부상당한 상인들이 있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주민들은 점포 철거 요구… 40년 일터가 걸린 문제

양측의 갈등이 심해진 건 먹자골목의 존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골목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마장동에 있던 소 도축장 일대를 정리하며 무허가 건물들을 축산시장 북문 부근에 옮기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먹자골목 건물 철거 민원을 제기해 왔다. 점포들이 서울시 소유 부지를 비롯한 국공유지에 들어선 무허가 건물이란 이유에서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주민들의 철거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구청은 화재 사건을 수습한 이후 점포 운영 문제를 놓고 최근까지 골목 상인들과 대책 회의를 이어왔다. 국공유지에 들어선 무허가 건물이지만, 상인들은 40여 년 동안 일궈온 터전인 만큼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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