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가 휘어지는 척추측만증의 80~85%는 청소년기에 까닭 없이 우연히 발생한다. 척추측만증의 대두분은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다.
이 질환은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척추가 3차원적으로 10도 이상 좌·우 S자로 휜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우려면 보호자의 꾸준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다.
청소년기 특발척추측만증은 여자 청소년에게서 주로 흔하다. 척추 측만 각도가 작으면 남녀 간 별 차이가 없지만 측만각이 클수록 여성 비율이 높고, 만곡 진행 위험성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다.
몇몇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이상 측만각이 진행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여아의 경우 주의 깊게 성장 과정을 관찰해야 한다.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외형적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등 돌출, 어깨 높이 불균형, 짝 가슴(비대칭 유방), 허리 라인 비대칭 등이다.
이런 외형적 이상을 환자 본인, 보호자, 학교 교사 및 학교 검진 등에서 우연히 발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창피하다는 이유로 측만증을 숨기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간혹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측만증에서 허리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발성 척추측만증 외에 척추 또는 신경 내 잠재적인 이상이나 다른 질환 때문일 수 있기에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청소년기 특발성 척추측만증의 신체검사에는 애덤스(Adams) 전방 굽힘 검사 및 척추 측만계를 이용한 몸통 회전각 측정 검사가 있다. 애덤스 전방 굽힘 검사는 환자가 몸을 90도 구부린 상태에서 등의 비대칭 돌출을 검사자가 직접 관찰하는 방법이다.
척추 측만계 또는 경사 측정기를 사용해 몸통의 회전 각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척추 측만계를 이용한 검사에서 오른쪽 또는 왼쪽 5도 이상의 비대칭이 확인되면 10도 이상의 척추 측만 가능성이 있으므로 방사선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신체검사에서 명백한 측만이 확인되거나, 척추 측만계 검사에서 5도 이상 회전 변형이 확인되거나, 전에 특발성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측만각 추적 관찰이 필요하면 방사선 촬영을 시행한다.
방사선 촬영에서 확인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 만곡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우측 흉추 만곡(가슴 부위에서 척추 뼈가 오른쪽으로 휘는 것), 좌측 요추 만곡(허리 부위에서 척추 뼈가 왼쪽으로 휘는 것)의 이중 만곡이고 우측 흉추 만곡이 전체 만곡의 90%를 차지한다.
따라서 방사선 촬영에서 좌측 흉추 만곡이 있으면 척추 측만의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음으로 MRI 등 추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척추측만증, 애덤스 전방 굽힘 검사 중 몸통이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급격한 만곡 진행, 골 성숙 후 만곡 진행, 감각 이상, 근육 위축 및 보행 제한 등의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동반되면 2차적 원인으로 인한 척추측만증 가능성이 높기에 MRI 또는 CT 등의 정밀 검사를 권장한다.
흉추 만곡이 상당히 심하면 일부에서는 폐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기에 흉추 만곡이 중등도 이상인 환자는 폐 기능 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환자의 폐 상태와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청소년기 척추측만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한 달에 평균 1도씩 진행되며, 50도 이상의 만곡은 골격 성숙 후에도 진행될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폐활량 감소와 흉추 측만증 진행 정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기에 80도 이상 흉부 만곡은 폐활량 감소에 따른 호흡곤란 발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첫 진단 시 측만곡이 큰 경우, 연령이 어릴수록 만곡 진행 위험성이 높다. 첫 진단 시 만곡이 25도 이상에다가 이미 급속 성장기가 진행 중이라면 이후 만곡이 30도 이상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기에 청소년 척추 관련 전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척추측만증은 성장이 남아 있는 기간 특징적으로 진행하지만 성장이 끝나면 측만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녀의 성장 잠재력을 예측하고 이에 맞추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발생한 급속 성장 시기와 기간은 성장 속도를 측정해 정할 수 있는데, 이 기간 흉추는 연간 1.2㎝, 요추는 0.6㎝씩 성장한다. 급속 성장 기간 중 앉은 키(흉·요추 분절 성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성장 속도 결정 및 척추측만증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치료 목표는 만곡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치료법을 정하는 것은 만곡 크기 정도, 만곡 형태 및 위치, 환자의 성장 잠재력(연령, 초경 상태 및 리서 단계(Risser stage) 등)을 기반으로 한다. 치료법으로는 정기 관찰 및 보조기를 이용한 보존적 치료가 있다.
우선 정기 관찰법을 보면 척추 만곡이 20도 미만이거나, 성장이 끝난 환자에서 50도 미만 만곡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한다. 환자는 골격 성장이 끝난 뒤에도 측만각 진행이 발생할 수 있어 최소 1년 이상 경과 관찰해야 한다.
관찰 치료 기간 중 척추측만증 진행을 예방ㆍ교정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 치료 및 척추측만증에 특화된 운동 치료(PSSE), 이와 유사한 물리 치료, 교정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운동 치료는 경증 척추측만증(25도 미만의 척추 만곡)에서 변형의 악화를 예방하고 중등도 척추측만증(25~45도 척추 만곡)에서 보조기 착용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보조기 치료는 만곡 진행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보조기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상당한 이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조기 착용이 측만증 진행 예방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조기 치료는 장시간 보조기 착용으로 인한 삶의 질 감소, 척추 움직임 제한, 외모적 문제, 통증, 정신적 피로감 호소 등 단점도 있다. 보조기는 일반적으로 22~23시간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다수 청소년기 특발성 척추측만증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10% 미만의 청소년 환자에게서는 측만각이 급속히 진행할 수 있기에 조기 진단ㆍ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료 종류와 나이, 변형 정도와 관계없이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 환자의 32%(92명 중 29명)가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종양 혹은 심장 수술을 받은 청소년과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양재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청소년기에 자주 발생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외모에 예민한 청소년에게 체형 변화로 인한 자존감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보조기 치료를 시행하는 환자의 경우 외형상 차이로 인해 또래를 만나기 꺼리는 등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 환자의 보호자들은 자녀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관심과 격려를 아까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