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7형 쐈다"... 美 전역 사거리 확보했으나 '조작 가능성'도

입력
2022.03.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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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화성-15형 때처럼 김정은 현지 참관
사진 속 날씨 근거... 한미 '화성-15형'에 무게

북한은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화성-17형'이라고 25일 발표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일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을 처음 공개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다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 속 기상 상태가 24일과 확연히 다른 점을 들어 조작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화성-15형을 쏘고도 사진 합성을 통해 화성-17형 발사 성공을 발표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화성-17형은 현존하는 ICBM 중 가장 길고 다탄두(MIRV) 형상을 지녀 '괴물 ICBM'으로 불린다. 2, 3개의 탄두를 동시에 실어 미국 동부인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ICBM 테스트에 성공한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당시처럼 이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백두엔진 2개→ 4개... "추력 향상"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발사된 ICBM 화성포-17형이 최대 정점고도 6,248.5㎞까지 상승해 거리 1,090㎞를 4,052초(67분)간 비행, 조선 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이 전날 발표한 제원(고도 6,200㎞·사거리1,080㎞)과 비슷하다. 2017년 11월 29일 발사한 화성-15형(고도 4,475㎞·사거리 950㎞)보다 진화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각도를 높이는 고각발사 방식을 택했다. 정상 각도로 쏜다면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1만5,000㎞ 이상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4년 4개월 전 화성-15형(1만3,000㎞)이 미국 본토에 닿는 사거리였다면 이번엔 사정권이 본토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날 공개된 화성-17형은 북한이 1년 5개월 전 열병식에서 공개한 형상과 유사하다. 열병식 때와 마찬가지로 '321'이라 적힌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렸고 길이도 화성-15형(21m)보다 더 늘어난 22~24m 규모였다.

다만 화성-15형 발사 때와 달리 미사일을 별도로 거치하지 않고 TEL에서 기립시킨 채 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화성-15형에 2개가 달렸던 백두엔진도 4개로 늘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4년 전보다 추력이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성-15형보다 2배의 탄두 탑재중량을 가진 ICBM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17형 탄두부에는 다탄두 탑재에 필수적인 후추진체(PBV) 일부가 포착되긴 했지만 실제 다탄두 탑재능력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6,000~7,000도의 고열에도 탄두가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재진입 기술'도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고각발사로는 PBV를 작동시켜 각 탄두를 원하는 위치에 탄착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재진입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만간 '다탄두 탑재' 테스트,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북한이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태양절)과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에 맞춰 다탄두 탑재 성능을 검증하는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신형 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해 일본을 넘어 태평양에 떨어뜨릴 여지도 충분하다.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를 두고 "핵 공격 수단의 출현을 온 세상에 알렸다"고 의미를 부여한 만큼 핵 탄두 탑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중 일부를 복구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 가운데 7차 핵실험도 도발 목록에 올라와 있다.

'화성-15형' 쏘고 조작했을 가능성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발표와 달리 화성-15형이나 그 개량형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16일 시험발사한 화성-17형이 고도 20㎞에 미치지 못하고 공중폭발한 만큼 실패 만회와 내부 결속을 위해 성능이 검증된 화성-15형을 쐈다는 의심이다.

근거는 북한이 공개한 발사 사진 속 기상 상태다. 전날 미사일 발사 당시 북한 날씨는 흐렸는데, 일부 사진에선 맑은 날씨이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 16일에 테스트를 실시한 화성-17형 등 과거 사진을 편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ICBM의 고도가 6,200km로 대폭 늘어간 것도 화성-15형에 중량을 줄인 탄두를 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발사 사진은 빛의 진행방향을 고려하면 구름 없이 맑은 오전 9, 10시 전후 시간대일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미사일 발사(오후 2시 34분) 직후 평양은 구름이 낀 흐린 날씨"라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