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무원 4명, 美 등 에너지기업 해킹 혐의로 기소

입력
2022.03.25 18:45
2012~2018년 수백 개 에너지기업 통신망 대상 
러 신병 인도 가능성 없어 실제 처벌은 안 될 듯 
러 사이버전 징후 포착한 美의 경고 성격

러시아 공무원 4명이 미국 등 전 세계 에너지기업의 전산 통신망(네트워크)을 해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제재에 보복 성격의 사이버전 징후를 포착한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012~2018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35개국의 에너지 회사 수백 곳을 해킹한 혐의로 러시아 공무원 4명을 지난해 6월과 8월 기소했다. 이들은 해당 회사의 통신망에 침입해 설비 가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 연구소 소속으로 추정되는 1명은 ‘트리톤’으로 알려진 악성코드를 해외 정유공장 두 곳의 안전 시스템 가동망에 심어, 두 차례 가동을 중단시킨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3명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장교로 추정된다. 이들은 원유·가스 회사와 원자력 공장, 전력 회사 등 에너지 분야 수백 개 기업의 통신망에 접근해 시설 장비를 제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 법무부는 이들의 해킹 범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뒀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리사 모나코 미 법무부 차관은 "이들의 범죄 사실은 과거이지만, 미국 기업들은 긴급히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하고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에서 기소된 자국민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실제로 미국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대미 사이버 전을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된 러시아 측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1일 “러시아 정부가 사이버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는 ‘진전된 첩보’를 입수했다”며 미국 민간 사회기반시설 운영사의 통신망 보안 강화를 요청했다. 이 같은 경고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 해커로 추정되는 이들이 미국의 에너지 회사 등 사회기반시설 운영 통신망을 탐색한 흔적을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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