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전에 역대급 난제를 맞닥뜨렸다.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하면서 새 정부의 북핵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정부와 국제사회에 "강력 대응"을 촉구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 기조에 따른 대북 압박을 예고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북한의 ICBM 발사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번 발사를 "중대 도발"로 규정하기도 했다. 인수위는 “북한이 2018년 약속한 모라토리엄(핵 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지 약속)을 깬 것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인수위는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면서 “유엔 안보리는 신속하게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엄중한 규탄과 함께 대응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정치ㆍ외교ㆍ군사적으로 단호한 대책을 강구해 국민 안전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윤 당선인은 임기가 남은 문재인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직접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북한은 정권 교체기마다 ‘무력 시위’를 벌였다. 힘 과시로 기선 제압에 나서는 동시에, 새 정부 대북 정책의 향방을 가늠해보려는 의도였다. 다만 이번엔 모라토리엄 파기로 한미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사실상 파국을 맞았고, 향후 남북 관계는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으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당선 후 첫 난제를 받아 든 윤 당선인의 해법은 일단 '강경 대응'에 방점이 찍혔다. 대화 카드가 무력화된 만큼,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수위는 23일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 정책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 대형 도발로 군사적 압박과 원칙적인 대응에 보다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배치와 선제타격 능력인 ‘킬체인(Kill-chain)’을 포함한 한국형 3축체계 강화를 공약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인 10일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면서도 “쇼는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