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청와대 떠나는 순간 어땠나 [그 때 그 뉴스]

입력
2022.03.26 19:00
역대 대통령들 청와대 떠나는 모습 제각각
①전두환·노태우·노무현, 취임식 보고 청와대 떠나
②김영삼·김대중·이명박, 임기 마지막날 사저로 퇴근
③최규하 사임, 박근혜 파면 이틀 후 청와대 비워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에도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5월 10일 0시에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통령 통치권의 인수 인계가 이뤄지는 법적인 시점이 신임 대통령 취임 당일 오전 0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임 대통령이 반드시 10일 이전에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전직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시점은 세 부류로 나뉜다.

①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까지 청와대에서 머무른 후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②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에 먼저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들어간 후 거기서 자정까지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담당했다.

③차기 대통령 취임 이전에 사임한 최규하 전 대통령과 임기 중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수 사례로,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도 이틀 더 청와대에 머물렀다.



①마지막날까지 청와대서 보냄: 전두환·노태우·노무현


11·12대 전두환 대통령, 13대 노태우 대통령,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마지막날까지 청와대에 머물다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이동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인 1988년 2월 2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후 저녁에 서울 힐튼호텔에서 전직 대통령과 3부 요인, 1,000여 명을 초청한 환송 만찬을 열었다. 후임자인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25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을 지켜본 후 청와대에 들렀다 연희동 저택으로 돌아갔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3년 2월 23일 대국민 퇴임 회견을 하고 임기 마지막날인 24일은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청와대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보냈다. 25일 후임자인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연희동 자택으로 향했다. 임기 동안 사이가 나빠진 전두환 전 대통령과 취임식에서 만나 어색하게 인사하기도 했다. 연희동 복귀 이튿날인 26일에는 관할 파출소를 방문해 격려하고, 주민 200여 명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서울을 벗어나 실제 고향으로 낙향한 사례다. 임기 마지막날인 2008년 2월 24일 청와대에서 이임 환송 만찬을 진행하고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에 앞서 22일과 23일에는 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입주를 위해 청와대를 비웠다.

노 전 대통령은 25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신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KTX와 승용차를 타고 사저가 있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향했다. 봉하마을에는 주민과 지지자 등 1만5,000여 명이 모여 하루 종일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봉하마을 주민들은 방문객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고, 지지자 그룹 '노사모'의 회원들도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목도리와 풍선을 나누며 행사를 이끌었다.



②자택에서 대통령직 수행: 김영삼·김대중·이명박


14대 김영삼 대통령과 15대 김대중 대통령,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자택으로 퇴근했다. 이들은 자정 전까지 자택에서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인 1998년 2월 24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상도동 사저로 향했다. 마지막날 주민 700여 명의 환영을 받으며 "멀고 험한 항해에서 돌아와 고향의 품에 안긴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단 상도동에 먼저 나갔다고 임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날 자정까지 국방부 등 정부 주요 기관과 직접 연결되는 '핫라인'은 상도동 사저로 연결돼 있었다가 25일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 자택으로 변경됐다.



김대중 대통령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절차를 거쳤다. 임기 마지막날인 2003년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의 태산 같은 은혜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동교동 사저로 '퇴근'했다. 핫라인도 24일 자정까지 동교동 자택에 연결됐다가 25일 0시에 노무현 대통령의 명륜동 자택으로 변경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전날인 2013년 2월 24일 청와대에서 환송을 받은 후 논현동 사저로 돌아갔다. 논현동에 마련된 환영 연단에서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조용히 한국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남긴 후 자정 전까지 핫라인을 통해 안보 상황을 점검했다. 25일에는 후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는데 "박 대통령과 악수한 뒤 떠나올 때 만감이 교차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사임 최규하, 탄핵 박근혜는 임기 종료 이틀 뒤 이동


10대 최규하 대통령과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각각 자진사임과 탄핵으로 인해 대통령이 아닌 상태에서 권한대행이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청와대에 2일을 더 머무르다 자택으로 이동한 사례다.

최규하 대통령은 1980년 8월 16일 대국민 사임 발표를 한 상태에서 이틀 뒤인 18일에 청와대를 나왔다. 최 전 대통령은 박충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두환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등 주요 인사를 청와대에서 접견했다. 이어 청와대 전 직원이 도열한 상태에서 청와대를 떠나 서울 서교동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거쳐 파면됐기 때문에 청와대를 떠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는 2017년 3월 10일 헌재 판결이 난 후 즉각 청와대를 떠나야 했지만, 자연인 신분으로 12일까지 청와대에 머무르다 삼성동 사저로 갔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청와대 환송 행사는 없었다. 다만 삼성동에는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박근혜 대통령 힘내라"는 구호를 외치고 취재진 및 주변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