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4일 북한이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발사체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지자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고 격분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행 외유에 나선 기시다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뒤 기자단에 "일본과 지역,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일본 EEZ 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낙하한 것은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일본 방위당국은 이날 총리 공백 상황에서 초기 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1차 분석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의 실질적인 영향권에 노출되면서 일본 열도는 안보정국으로 급격히 전환될 전망이다.
일본 방위성은 24일 오후 2시 33분쯤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이 발사돼 오후 3시 44분쯤 홋카이도 오시마(渡島)반도의 서쪽 약 150㎞ 지점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비행시간은 약 71분, 비행거리는 약 1,100㎞, 최고 고도는 6,00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은 “이번 발사는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어떤 사전 통보도 없이 EEZ 안에 착탄시킨 것은 항공기나 선박 안전 확보 관점에서도 매우 문제가 있는 행위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규탄했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과 관련해 비행기와 선박 등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기시 장관은 또 “2017년 11월 발사된 ICBM 화성 15호의 발사 때를 크게 넘는 약 6,000㎞ 고도로 날아간 것을 볼 때 신형 ICBM급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화성 15호의 고도는 4,000㎞ 이상, 비행시간은 약 53분, 비행거리는 약 1,000㎞였다.
마침 이날은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를 위한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비운 상황이었다. 총리 공백에 일본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기시다 총리는 전용기 안에서 긴급 보고를 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를 즉각 지시했고, 기시 장관과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등이 도쿄에서 정보 분석과 대응을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후 5시(현지시간) 브뤼셀에 도착한 후 기자단에 “북한이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영해에 가까운 EEZ 내에 떨어졌다"고 확인한 뒤 "용서할 수 없는 폭거이며 단호히 비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은 올해 들어 신형 ICBM을 포함해 높은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으며, 이런 행동은 우리나라와 지역,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므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G7 정상회의에서도 공조를 확인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미 항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방위성은 발사 초기 미사일이 EEZ 밖에 떨어졌다고 밝히는 등 충분한 분석을 마치기 전에 언론에 정보를 전하는 혼선을 드러냈다. 교도통신과 NHK 등은 오후 3시쯤 미사일이 일본 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지만, 30분쯤 후에는 EEZ 안에 낙하했다고 번복했다. 이와 관련해 NHK는 추진체가 먼저 일본 EEZ 밖에 떨어졌으며, 탄두는 더 날아서 EEZ 안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는 이달 5일에 발사한 데 이어 총 여섯 번째다. 첫 3회는 2017년에 이뤄졌으며, 모두 일본의 EEZ 안에 떨어졌던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3회째인 2017년 11월 화성 15호는 최대 사거리가 1만㎞를 넘어 미국 본토에 도착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반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된 ICBM급 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600㎞와 550㎞, 비행거리는 각각 300㎞에 그쳤다. 방위성은 최대 사거리로 발사시험을 하기 전에 자체 검증을 위해 고도나 거리를 억제해 발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NHK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