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첫 정년퇴직 배출 넥슨, '일하고 싶은 회사·건강한 사회' 만든다

입력
2022.03.27 15:30
16면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여전히 배울 게 많은데 떠나려고 하니 아쉽기도 하네요."

지난해 12월 28일 넥슨 산하 게임 개발사 네오플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넥슨의 대표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서버 프로그래머 백영진(당시 60세)씨의 정년퇴직 기념식이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라면 정년퇴직이 뭐가 그리 특별하겠느냐만, 국내 게임업계에서 정년퇴직은 백씨가 최초 사례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산업 환경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정년퇴직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었다. 산업 역사가 30년이 채 되지 않는데다 다른 업종보다 이직률이 높고 임직원의 연령대도 젊기 때문이다. 당시 직장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서는 백씨의 정년퇴직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 큰 희망을 줬다", "평소 귀감이 됐던 분, 존경한다" 등 축하 게시물과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리기도 했다. 이날 동료 직원들로부터 감사패와 함께 축하 메시지를 받은 백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최근 '일할 맛 나는 게임업계'를 조성하기 위한 넥슨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구성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과 더불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게임업계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넥슨은 이직이 잦은 게임업계에서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표방하며 바람직한 기업 문화와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장기 근속자를 위한 휴가, 직원의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우선 넥슨은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369 재충전 휴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근속 3, 6, 9년차 직원들에게 휴가와 휴가 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최대 20일의 휴가와 500만 원의 휴가비(9년차 기준)가 지급된다.

미취학 자녀들을 위한 사내 어린이집 '도토리소풍'도 경기 성남시 판교를 비롯해 서울 강남과 제주시 등에서 총 6곳을 운영 중이다. 생후 180일 경과한 만 0~5세 미취학 아동 100여 명을 수용하는데, 맞벌이 가정을 배려해 오후 9시30분까지 운영한다.

국내 대표 게임사답게 근로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2018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이듬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지난해에는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씩 일괄 인상하며 게임업계의 연봉 인상 릴레이를 주도한 바 있다.

도입 11년차에 접어든 자기계발 지원프로그램 '넥슨포럼'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문화예술체험 제도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90여 개의 과정이 진행됐다. 만족도 조사에서 대부분의 과정이 10점 만점에 평균 9점 이상을 기록할 만큼 내부 반응도 좋다.

넥슨은 지난달 세상을 떠난 고(故) 김정주 창업주의 뜻에 따라 사업 초기부터 사회공헌활동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넥슨의 사회공헌활동은 게임의 주 이용자층이자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건강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애 아동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이다. 넥슨의 '통 큰' 지원으로 국내에만 어린이재활병원 4곳이 건립되거나 한창 공사 중에 있다. 넥슨은 지난 2016년 4월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개원에 200억 원을 후원한 데 이어 지난 2019년에는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대전충남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100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 11일에는 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단기돌봄의료시설인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건립 기공식이 열리기도 했다. 국내엔 중증 질환으로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소아 환자와 가족을 위한 종합적인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전무한데, 넥슨은 여기에 또다시 100억 원을 기부 약정하는 등 사회공헌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이들에게 지식과 배움의 터를 마련해주는 넥슨작은책방도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 사업이다. 2005년 경남 통영시 풍화분교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네팔, 브룬디, 캄보디아 등 국내외 총 130곳의 작은책방이 문을 열었다. 개설 이후 작은책방에 전달된 책만 13만 권에 이른다. 올해부터는 개소한 지 시간이 지나 노후된 작은책방의 리뉴얼 사업도 진행 중이다.

넥슨의 사회공헌사업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어린이에게 창의적 놀이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브릭(Brick·장난감 벽돌)을 기부하는 사업을 국내뿐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네팔, 몽골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원한 브릭 수가 1,800만 개에 이른다. 게임 유저들의 기부 참여를 유도해 2010년 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 2017년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 받는 에티오피아를 후원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