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 과정의 신구 권력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과 인사 문제에서 또다시 각을 세웠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대통령직인수위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하면서 양측 충돌은 정부 부처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새 대통령 취임을 6주가량 앞두고 전방위로 격화하는 양측 충돌이 위태롭고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날카롭게 대립했다. 문 대통령은 조건 없는 회동을 제안하면서도 “다른 사람 말 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 달라”며 ‘윤핵관’을 에둘러 지목했다. 그러자 인수위 측은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격했다. 윤 당선인도 “집 판 사람이 집을 고치지는 않는다”며 집무실 이전 문제로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신구 권력이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정권 인수 작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충돌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박 장관은 업무보고 전날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입각해 있다”면서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인수위는 24일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법무부 업무보고를 돌연 거부했다.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건 사실이지만, 물러나는 정부의 법무부 수장이 새 정부의 공약을 정면으로 공박한 것은 부적절하다. ‘당선인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마저 무시한 경솔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신구 권력 충돌을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을 떨칠 수 없다. ‘검수완박’ 드라이브로 새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예고한 민주당 행보 또한 우려스럽다. 언제까지 민생을 외면한 채 감정을 앞세운 신경전에만 몰두할 텐가. 순조로운 정권 인수를 위해 양측 모두 치킨게임식 대치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