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과 자산이 모두 늘었지만 국민 5명 중 1명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외형은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구성원 간 유대관계 등 내실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10년 전(80.2년)보다 3.3년 늘었다. 기대수명은 △2014년 81.8년 △2016년 82.4년 △2018년 82.7년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유병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 역시 66.3년으로 직전 통계인 2018년(64.4년)에 비해 1.9년 늘었다. 의료·복지 등의 사회환경 발전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구당 평균 순자산(자산총액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은 처음으로 4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 기준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4억4,543만 원으로 전년(3억6,287만 원)에 비해 14.2% 증가했다. 평균 자산총액은 5억253만 원으로 전년보다 12.8% 늘었고, 평균 부채는 8,256만 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연평균 가구소득도 최초로 6,000만 원을 넘었다. 2020년 연평균 가구소득은 6,125만 원으로 전년에 비해 201만 원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49만 원으로 전년보다 9만 원 증가했다.
이처럼 건강과 재산과 관련한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은 사회적 고립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 중 22.2%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비중도 16.5%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25.1%)이 남성(19.1%)보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31.4%) 고령층이 외로움을 더 크게 느꼈다.
사회적 고립감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더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은 14.8%만 '외롭다'고 답한 반면 100만 원 미만은 53.4%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구성원의 고립감이 커지고 있는 사회분위기가 다양한 지표에서 나타났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비중은 72.8%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급전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도 2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감소한 50.1%에 그쳤다.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중 역시 79.6%로 2년 전에 비해 3.7%포인트 하락했다.
전명수 고려대 공공사회학부 교수는 “경제 성장에만 정책 역량을 집중한 결과 그 외 다양한 삶의 요소를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문화복지 정책을 통해 일상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손쉽게 접하고 참여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사회적 고립감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