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접근해 성착취물을 제작하다 적발된 범죄자가 크게 늘었다. 2019년 'n번방 사태'(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성착취물에 대한 경각심이 늘면서 관련 수사나 재판이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이뤄진 영향이다.
24일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유죄판결이 확정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자가 전년보다 61.9%나 늘었다. 전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수가 5.3%로 소폭 감소하고, 유형 중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자가 10.6%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처벌 역시 강화됐다. 2%에 불과했던 성착취물 제작자에 대한 징역형 선고 비율은 2020년 53.9%로 대폭 증가했다. 2020년 4월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수립하며 관계 부처에 효율적 수사와 성착취물 감시 체계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최성지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n번방 사건 이후 전 국민의 인식이 굉장히 민감해졌고 양형 기준도 강화됐다"며 "그러면서 범죄 신고, 수사가 늘었고 재판도 이전에 비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가해자와의 관계다. 피해 아동·청소년이 성착취물 가해자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경우가 71.3%였다. 이런 접근은 성착취물 제작뿐 아니라 성매수(86.5%), 강간(22%)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으로 만난 경우 최초 접촉 경로는 채팅앱이 51.1%로 가장 많다.
정부도 온라인을 창구로 이어지는 성범죄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성착취를 목적으로 유인하는 온라인 길들이기(그루밍) 처벌 근거를 신설했다. 경찰이 신분을 감추고 수사할 수 있는 위장수사 특례도 마련해 작년 9월부터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적용했다.
여가부의 경우 가장 많이 악용되는 랜덤채팅앱 감시와 함께, 피해자의 요청이 없어도 선제적으로 성착취물을 삭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랜덤채팅앱에서 성적 접근을 일일이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다. 선제적 삭제 건수는 최근 1년 동안에만 3만9,000여 건에 달하지만, 전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규모는 파악이 안 된다. 보이는 대로 지우기 바쁠 뿐 삭제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가부는 실명 인증,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등 채팅앱의 기술적 조치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메타버스 등 신종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성범죄 현황 실태 조사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 국장은 "채팅앱을 대상으로 시정요구, 형사고발, 앱마켓 사업자에 앱 판매 중단 요청 등을 더 집중적으로 하려 한다"며 "올해 신종 플랫폼 실태 파악과 대응체계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