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1년 만에 숙적 이란을 잡고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위로 올라섰다.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4,375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 남아 뜨겁게 환호했다. 결승골로 승리를 이끈 손흥민(30·토트넘)은 "많은 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의 희생과 노력에 주장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에서 이란을 2-0로 완파했다. 최종예선 7승(2무)째를 거둔 한국은 A조 1위로 올라섰다. 11년간의 무승 징크스도 깼다. 한국은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연장전 승리(1-0)이후 7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두 골 차 승리는 2005년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 경기 2-0 승리 이후 약 17년 만이다.
이날 경기는 '중원 공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황인범(26·FC 루빈 카잔)이 부상으로 선발되지 못했고, 대체 자원이었던 백승호(25·전북)와 김진규(25·전북)도 코로나19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중원을 2선 공격 자원(손흥민 이재성 권창훈 황희찬)으로 가득 메우는 공격 축구로 승부수를 던졌다.
초반엔 쉽게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한 방이 부족했다. 선수들은 잔디가 새로 깔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적응하지 못한 듯, 넘어지거나 볼 컨트롤 실수도 잦았다. 0-0으로 전반전이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캡틴' 손흥민이 골문을 열었다. 전반 추가시간 이란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기습적으로 오른발 슛을 날렸고, 이란 골키퍼의 손에 걸리는 듯하더니 그대로 골문에 빨려 들어갔다.
균형을 깬 한국은 후반에도 매섭게 이란을 몰아붙였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들이 미처 정비되기 전인 후반 1분 골문 왼쪽으로 질주해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려 멀티골을 노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란을 압박하던 한국은 결국 후반 18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황희찬(26·울버햄튼)이 왼쪽 골 라인에서 컷백으로 연결한 패스를 이재성(30·마인츠)이 중앙으로 찔러줬고 김영권(32·울산)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은 "항상 월드컵 최종예선은 힘들었고, 이란이 발목을 잡았다. 이란이라는 강한 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그 일정 등으로)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팬분들 앞에서 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오랜만에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팬들에게 감사도 전했다.
남은 최종예선과 월드컵 본선 일정에 대한 각오도 보였다. 손흥민은 "아직 우리 팀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벽해지기 위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박)지성이 형이 했던 것처럼 이번 월드컵에서 팀을 잘 이끌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승리로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부임 이후 28승째(10무 4패)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승 사령탑(단일 재임기간 기준)이 됐다. 벤투 감독은 "어려운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줘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은 29일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최종예선 10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