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카콜라가 내놓은 새 제품 '코카콜라 스타라이트'는 '스타더스트'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 콜라' 모델로만 출시됐다. 이벤트성으로 나온 한정판 제품이라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한 결과다. 최근 한국 소비자들에게서 '제로' 탄산음료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점을 감안한 것이다.
23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불붙은 무설탕 탄산음료 인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 수요가 크게 늘면서 탄산 수요 자체가 증가한 데 더해 '건강한 맛'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칠성사이다, 스프라이트, 펩시 등 주요 브랜드에서 '제로슈거' 제품을 연이어 출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의 관심 정도는 검색 수를 통해 드러난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템스카우트가 지난해와 올해 3월 둘째 주 네이버 쇼핑 판매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카콜라제로' 검색 횟수는 13.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코카콜라' 검색량은 5.8% 줄었다. 수요가 늘자 판매자와 상품 수도 크게 증가했는데, 코카콜라 상품 수가 20.4% 증가하는 동안 코카콜라제로 상품 수는 84%나 늘었다.
펩시는 더 극적인 결과를 보였다. 오리지널 펩시콜라 검색량은 1년 새 4.7% 줄었지만, 톡 쏘는 라임향으로 국내 마니아층을 확보한 '펩시제로슈거'의 경우 전년 대비 49.6%나 검색량이 증가했다. 판매 상품 수는 69.4%대 1,318%로 20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아이템스카우트 관계자는 "특히 최근 들어 펩시제로슈거 제품 검색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제로 제품이 '매출 효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달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제로슈거 두 가지 무설탕 탄산음료의 매출이 전년 대비 875억 원 증가하면서 전체 연간 탄산음료 판매 증가율(10.3%)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연 매출 증가액(547억 원)보다 많은 금액을 제로 제품으로 벌어들인 셈이다.
추억의 탄산음료가 '제로 트렌드'를 만나 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도 한다. 웅진식품은 지난해 4월 온라인 전용 '815콜라 제로' 제품을 선보였는데, 출시 이후 약 1년간 500만 캔(250㎖ 기준)이 판매됐다. 동아오츠카가 2010년 제로슈거 제품으로 재출시한 '나랑드사이다' 매출은 2019년 160억 원대에서 2020년 350억 원대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엔 온라인 매출만 3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제로슈거나 제로칼로리 제품이 음료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자 올해는 제로 이름을 단 신제품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롯데칠성음료는 트렌드에 지속 대응하기 위해 올해 내로 '탐스'와 '밀키스', '핫식스 더킹' 세 음료 모두 제로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특히 과거 단종된 탐스는 제로 유행에 맞춰 부활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무설탕 음료와 달리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다양한 대체 감미료와 향을 첨가해 맛을 끌어올렸다"며 "설탕을 줄이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제로 탄산음료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