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의 공천 규정을 놓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가 공천 심사 때 현역의원 10%,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경력자 15% 감점을 적용하는 공천 기준을 통과하면서 특히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에 대한 '저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두 감점 조건에 모두 해당 25% 감점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홍 의원과 대구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돼 논란의 중심에 선 김재원 최고위원은 탈당 경력자에 대한 감점이 초안은 더 혹독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히려 감점을 줄였다고 주장했지만,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에 덮어씌우려 한다"며 반박해 당 지도부끼리도 말이 엇갈리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대표가 사무처에 지시해 만든 공천관리 규정 초안을 가져오는데, 감산점 중에 쟁점이 된 것의 하나는 현역 국회의원 출마 억제, 다른 하나는 해당 행위자에 대한 규정 강화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사무처가 가져온 초안에는 탈당 경력자를 포함해 '해당행위자'에 대한 벌점이 더 혹독한 25%였다는 게 김 최고위원 주장이다. 그는 "해당행위자 페널티 강화라는 내용으로 들고 온 것이 경선 불복 경력자, 탈당 경력자, 징계 경력자는 25% 감산, 당원자격 정지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는 15% 감산이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여러 가지 논란이 있어서 25%, 15% 해 놓은 것이 좀 복잡해서 15%로 통일해서 그냥 15%로 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는 즉 '탈당 경력자'에 해당하는 홍준표 의원의 경우 25%에 현역 의원 페널티 10% 등 35% 감점이었던 것을 25%로 줄이게 되는 의견을 김 최고위원 자신이 냈다는 얘기가 된다.
김 최고위원은 또 "(초안을 맡은) 당 실무진들이 일요일(20일)에 최고(위원)회의 마치고 저에게 와서 이것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실무진들이 보기에는 우리 당이 과거에 보면 해당 행위자들이 너무나 많은데 선거 때 되면 그 사람들이 오히려 우대받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였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앞서 "나는 모든 감점에 대해 반대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모양새다. 자신의 입장과 맞지 않은 안을 당대표 스스로가 들고 와 최고위원회의에 상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듯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께서 내용(공천규정 초안)을 아예 모르고 상정했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오늘 방송에서 제가 35%를 하자고 했는데 본인이 25%로 줄였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회의록도 다 남아 있고 회의 배석자들이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라면서 "본인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대표에게 뒤집어씌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해당 발언을 한 방송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점을 겨냥해 "김 최고위원은 김어준씨 방송 좀 그만 나가야 한다"며 "거기서 김어준씨와 짝짜꿍해서 당의 중차대한 공천에 잘못된 정보를 말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내 엇갈리는 발언이 나온 책임을 친여 성향 방송 쪽에 돌린 셈이다.
이 대표, 김 최고위원과 함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감점 부분 논의 과정에서 최근 5년 이내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가신 분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의견이 다 다르다"면서 "무기명 투표라서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무소속 출마 감점'과 함께 논란이 된 '현역 의원 감점'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의석수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현역이 (지방선거에) 나가게 되면 다시 보궐선거가 일어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실 거 같고, 우리 당으로서도 그건 위험부담이 있는 쪽"이라면서 옹호하는 편에 섰다.
김 최고위원이 '표적 감점'을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 최고위원이) 처음 논의의 대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신 분은 아니다"면서 "논제를 최고위원들은 그냥 받았고,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게 아니니까 누가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감점 대상이 된 홍준표 의원은 이날도 불만을 터트렸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27년간 당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벌을 받으면서까지 경선을 해야 하나. 지도부의 난맥상을 걱정한다"는 글을 남겼다.
자신의 홈페이지 '청년의 꿈'에서도 노골적으로 김 최고위원을 저격하며 '김재원 음모론'을 이어갔다. "특정 최고위원의 농간"이라면서 "음험한 술책으로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을 했으니 박 전 대통령이 저렇게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과 함께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복당한 권성동 의원은 홍 의원에 대해 '동병상련' 입장을 보였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고위원회의 결정은 누가 봐도 특정인(홍준표)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최고위 결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