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은 총재에 이창용 지명… 윤 당선인 추천 인사로 알려져

입력
2022.03.23 12:29
윤 당선인 추천 '이창용' 지명
윤 당선인 존중하면서, 
'언제든 청와대가 인사할 수 있다' 경고
신구 권력 빠른 회동 촉구 의미도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한국은행 총재 후보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을 전격 지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공공기관 인사권 등을 두고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권은 '현직 대통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이 후보는 윤 당선인 측과 지명을 조율한 인사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존중하는 의미를 내비치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빠른 회동을 촉구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 국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 이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이 후보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 재직 중인 경제 금융 전문가다. 박 수석은 “경제ㆍ재정ㆍ금융 전반에 걸친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 감각으로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한은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인사권을 놓고 대치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사실상 윤 당선인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꼬인 갈등의 실타래를 풀자는 촉구의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언제든 남은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경고의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윤 당선인과의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해 “한은 총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은 오늘도 회동과 관련해 언제든 조건 없이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