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의 탈모를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를 국내 연구팀이 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젊은 여성의 탈모 위험을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ㆍ온정윤 박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김종일 교수ㆍ손호영 연구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404명의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조기 여성형 탈모증의 임상적 특성 및 유전자 변이를 분석한 결과다.
여성형 탈모증은 성인 여성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탈모 유형으로, 발생 연령대에 따라 조기(20~30대), 후기(40대 이후)로 구분된다. 후기여성형 탈모증은 여성호르몬 감소 등 원인이 널리 알려진 반면, 조기 여성형 탈모증은 관심은 컸지만 연구가 드물어 추가 분석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63명의 조기 여성형 탈모증 환자군 및 341명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두피와 모발 상태를 측정하고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비교ㆍ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군 두피에서는 가려움증, 통증, 각질, 유분, 모낭염 등의 특징이 흔하게 관찰됐다. 환자군은 모발이 가늘며 두께가 불규칙했고, 앞머리·두정부·측두부에 전반적으로 모발 수가 적었다.
또한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및 여성형 탈모증 가족력을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성형 탈모증의 유전적 요인에 주목한 연구팀은 이 질환과 관련된 단일 염기 다형성(SNP) 10만5,294개를 확보해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조기 여성형 탈모증과 관련된 5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중 연구팀은 ‘PPARGC1A’ 유전자가 탈모증에 중요하게 관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PPARGC1A 유전자와 여성형 탈모증의 실제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유전자가 PGC-1α 단백질을 부호화(encoding)한다는 점에 착안한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는 PGC-1α 단백질 발현 조절 인자(ZLN005)와 함께 미녹시딜(발모제)이 양성대조군으로 사용됐다. 연구팀은 4개의 체외 모델 중 대조군 하나를 제외한 각각에 △미녹시딜 △조절 인자 5㎛ △조절 인자 20㎛를 처리했다
그 결과, 대조군보다 미녹시딜 처리 모델에서는 모간이 유의하게 성장한 반면, 조절 인자를 처리한 모델에서는 농도에 비례해 5㎛ 처리, 20㎛ 처리 순서로 모간이 짧았다.
이는 조절 인자가 많을수록 PGC-1α 단백질이 늘어나 모간 성장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확인됐다. 이로써 모간 성장 억제 기능을 가진 PGC-1α 단백질에 관여하는 PPARGC1A 유전자가 조기 여성형 탈모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 유전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여성형 탈모증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PPARGC1A 유전자와 관련된 단일 염기 다형성을 더 많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여성이라도 가족력이 있으면 탈모증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한편 PPARGC1A 유전자에는 동아시아 여성에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단일 염기 다형성이 포함됐다. 이에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의 여성형 탈모증 발생 원인을 이해하는 데 이번 연구가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권오상 교수는 “이번 연구로 유전자 기능을 조절해 여성형 탈모증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피부과학 연구저널인 ‘저널 오브 더마톨로지컬 사이언스(Journal of Dermat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온라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