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훈아' 미스임 "대한민국 울리고 웃기는 가수 될래요"

입력
2022.03.26 10:20
알앤비에서 트롯으로 전향, 김용임 들으며 훈련 
대학시절 실력 인정받아 트롯걸그룹 데뷔조에 
졸업 후 대구 내려와 내공 쌓으며 활동 중 
온라인으로 나훈아 공연 돌려보며 공연 연구



지인들 사이에서 '여자 나훈아'로 통하는 여자가수가 있다. 미스임(31). 시원시원한 성격에 강단도 나훈아의 젊은 시절 못잖다. 그리 길지 않은 가수 생활이지만 그의 생각이나 행보를 들여다보면 나훈아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다.

백석예대 실용음악과를 다니던 시절 그의 별명은 "대구 언니"였다. 동기들보다 두 살 정도 많았기에 '언니'였고, 대구라는 수식이 따라다닌 건 사투리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방에서 올라가면 으레 이틀만 지나도 '서울말 모드'를 켜기 마련, 그는 끝끝내 사투리를 고집했다.

"연예계 생활을 하려면 서울말을 써야 한단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사투리는 제 개성이잖아요. 소중한 개성을 왜 버려요. 그래서 계속 대구 언니로 살았죠."

아버지의 차에만 올라타면 흘러나왔던 '트롯'

트롯이라는 장르에 뛰어드는 과정에서도 또렷한 자기주장과 신념을 보였다. 미스임은 알앤비(R&B)에서 트롯으로 전향했다. 20대 초반, 아직 트롯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기 전이었고, 20대에겐 낯설기까지 한 장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발라드나 알앤비 장르는 경쟁자가 너무 많았고, 개성을 드러내기에는 트롯이 더 좋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트롯이 너무도 익숙했다. 아버지가 늘 트롯을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미스임에게 가장 친숙한 장르였다.

"트롯이 저에게 딱 맞아요. 트롯은 솔직하고 담백하잖아요. 저는 에두르거나 마음에만 꽁꽁 담아두는 건 잘 못해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트롯이 좋으니까, 도전이 두렵지 않으니까, 과감하게 트롯에 뛰어든 거죠."

어릴 때부터 트롯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기교적인 부분에서도 트롯으로 출발한 것처럼 술술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대학에 다니면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아 기획사 연습생으로 트롯 걸그룹 데뷔를 준비했다. 그것도 세 번이다. 그러나 끝내 데뷔는 하지 못했다. 실망이 컸다. 첫 솔로 앨범은 대학을 졸업한 뒤 대구로 내려와 2016년에서야 낼 수 있었다.

"성공은 열정과 에너지의 문제라 생각"

대구로 왔을 때 "서울에 그냥 있지 뭐하러 대구에 왔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는 "언젠가는 서울로 가야겠지만, 꼭 서울에 가야 중앙에 올라설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공을 쌓는 일이 가장 중요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에 있다고 무조건 내공이 쌓이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저는 가수로서 성공한다는 건 어느 정도 산을 정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지름길이 있다고 한다면, 다른 길보다 훨씬 가파르겠죠. 정상에 도착하느냐 못 하느냐, 혹은 빨리 가느냐 못 가느냐는 결국 루트의 문제라기보다 열정과 에너지의 총량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나훈아'답게 나훈아 공부에도 열심이다. 나훈아 공연 실황을 보고 또 본다. 말 한마디, 손짓 하나까지, 관객의 혼을 빼놓는 그의 공연 자체가 교과서다. 그는 나훈아의 나훈아다움, 폐부를 찌르는 언어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까지, 배울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색다른 감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다 내려놓고 휴식하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나훈아 선생님처럼, 대중들이 제 노래 혹은 공연을 통해서 울고 웃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마지막 당부도 나훈아처럼 호쾌하고 당당하다.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요팬 여러분, 고마 미스임 손 한번 잡아주이소!"

김광원 기자
성시현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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