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민의 B:TS] K팝 시장과 NFT의 미래

입력
2022.03.24 09:23


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K팝이 NFT와 만났다. K팝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날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NFT가 K팝 시장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주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각광 받으면서다.

NFT(Non-Fungible Tokens)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이는 과거 게임 아이템의 저작권과 소유권 인증을 위한 방식으로 채택된 이후 최근에는 이미지·밈·동영상·콘텐츠 등 디지털 자산의 저작권과 소유권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간 소유권의 기술적 입증이 분명하지 않았던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효율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 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함으로서 상당한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은 엔터 시장의 구미를 자극하기에도 충분했다. 특히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K팝 스타가 곧 강력한 글로벌 IP(지적재산권)가 되는 만큼 굵직한 가수들을 보유한 대형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NFT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K팝 대형 기획사, NFT 시장에 뛰어들다

현재 K팝 아이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하이브·SM·YG·JYP는 일찌감치 NFT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JYP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업인 두나무와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고 자사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디지털 굿즈 제작·유통·거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SM 역시 계열사인 SMBM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의 MOU를 통해 NFT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SM의 경우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제시한 개념인 '플레이-투-크레이트(Play-to-CREATE, 이하 P2C)' 생태계 내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을 NFT로 변환, 유저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예고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블랙핑크와 빅뱅 등 대형 K팝 그룹들이 소속된 YG 역시 NFT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YG 역시 바이낸스와 MOU를 체결하고 소속 아티스트들의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형 기획사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NFT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하이브다. 하이브는 NFT 사업을 위해 두나무와 미국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올해 중순 거래소와 NFT 플랫폼 출시를 예고했다. 현재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위치에 오른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 다수의 산하 레이블 소속 그룹을 보유한 하이브는 아티스트의 IP와 NFT를 결합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음원·사진·영상 콘텐츠를 포함하는 한정판 디지털 포토카드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NFT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K팝 만난 NFT, 기대 효과는

이처럼 유수의 K팝 엔터사들이 NFT 사업에 주력하게 만든 기대 효과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수익 창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YG의 NFT 사업 진출 계획 발표 당시 황보경 대표이사는 "(NFT 사업으로) 희소 가치 있는 콘텐츠의 로열티 및 사업 기회를 확보함과 동시에 팬과 아티스트의 유대감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경준 하이브 CFO(최고재무책임자) 역시 하이브의 NFT 사업 목표에 대해 "(NFT는) 콘텐츠 소비 방식을 확장해 팬 커뮤니티 활성화를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NFT 사업이 단순한 수익 창구가 아닌 팬들이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NFT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팬과 아티스트의 유대감 강화와 소통 창구 확대에 영향을 미칠까.

희소성을 갖춘 아티스트의 콘텐츠로 발행된 NFT는 다양하고 유니크한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전망이다. 이를 통해 NFT는 '내가 소유한 내 아티스트의 콘텐츠'라는 인식 제공과 함께 팬과 아티스트 간의 심리적 결속력을 높이고 나아가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NFT 사업과 연계해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할 수 있는 팬미팅 등의 이벤트를 제공하는 방식도 팬덤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문화 소비층인 MZ세대에게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라는 것도 NFT 사업의 미래에 청신호를 켜는 요소다. NFT 사업을 통해 '팬 투 언(Fan to Earn, 팬 활동을 하면서 수익도 창출하는 구조)' 생태계가 구축될 경우 관심사에 기반한 투자에 적극적인 MZ세대의 흥미와 소구력을 동시에 자극하는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터사의 입장에서도 NFT는 매력적이다.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K팝이 입지를 넓히며 아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간접 참여형 사업의 메리트가 확대된 탓이다.

또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콘텐츠에서 고유의 지적재산권을 지킬 수 있고 평면적인 수익 구조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는 이유다.

핑크빛 미래? 우려점도 있어...

하지만 K팝 엔터사의 NFT 사업 진출이 핑크빛 미래인 것 만은 아니다. 그 중 가장 크게 대두되는 문제는 환경 훼손 이슈과 관련돼 있다. NFT의 주거래 수단인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전력 소비로 인한 환경 훼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앞서 하이브가 NFT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히고 난 뒤 팬클럽 아미는 같은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그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해온 만큼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보라는 지적이다.

또 이미 충성도 높고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의 경우 기존 팬덤의 반발 역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NFT 홀더에 대한 보상을 고려하는 한편 NFT 사업으로 인한 기존 팬덤의 이탈이나 차별에 대한 반발 등도 고민해야 하는 탓이다. 또 엔터사와 아티스트는 전속 계약을 통해 맺어진 관계인 만큼 이후 해당 아티스트가 자신의 IP를 주장하고 나설 때 수익 배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직 K팝 업계의 NFT 사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해당 문제는 앞으로 엔터사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K팝와 NFT가 어떤 방향성을 향해 발전해 나갈지 이들의 미래가 흥미롭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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