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1일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방안에 대해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으로선 현 정부의 협조 없이는 예산 확보가 어려워 취임 전 이전 추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청와대 이전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급박한 이전 방안을 재고하는 게 필요하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국방부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선인 측은 496억 원으로 추산된 이전 비용을 정부의 예비비 편성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으로 청와대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외견상 윤 당선인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에 대해 구(舊) 권력이 제동을 건 모양새지만 이번 사안이 현 대통령과 당선인 간 권한 시비 등 신구 권력 충돌 문제로 번져서는 안 된다. 인수위가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예비비 편성은 엄연히 현 정부의 국무회의 승인 사안이다.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의 협조가 필수적인 사안인데도 성급하게 이전 계획부터 발표한 것 자체가 무리한 수순이었다. 전 합참의장 11명도 전날 “윤 당선인의 진심을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정권 교체기 안보 공백 우려가 크다며 서둘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청와대 이전은 취지나 장소 문제보다는 취임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기간에 해치우겠다는 방침 때문에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취임 이후 꼼꼼한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