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첫 경찰청장을 현행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경찰 위상 강화를 위해 이 같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13만 명에 이르는 경찰공무원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 문제가 공약 이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찰 관련 공약에 대한 실무 논의는 인수위 내 정무사법행정분과가 담당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집권하고 처음 임명하는 청장부터 장관급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재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인데, 새 정부 출범 시기(5월 10일)를 감안하면 김 청장이 남은 임기를 채운 뒤 새 청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장의 지위를 높여야 한다는 견해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이 검찰과 대등한 관계를 모색하면서 필요성이 급증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6월 경찰청장인 치안총감을 장관급 공무원의 봉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였다.
검사 출신인 윤 당선인도 이러한 흐름에 발을 맞춘 셈이다.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달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찾아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경찰청장의 직급을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통해 교육공무원 다음으로 거대 집단인 경찰공무원에 손을 내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던 만큼 호의적이지만, 결국 예산이 관건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찰청장이 장관급이 되면 그 이하 계급(치안정감~순경)의 연쇄적인 직위 및 임금 인상 수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업무의 중요도나 범위에 따라 직위 인상은 일부로 제한하는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장의 인금 인상 대신 국무회의 출석이나 발언권 보장 등을 통한 장관급 지위를 보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경찰청장의 지위 문제를 차치하고도 새 정부에서는 경찰공무원의 임금 인상도 쟁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이 경찰공무원의 공안직(공공안전직무) 전환도 약속했기 때문이다. 현재 분리돼 있는 경찰직을 공안직(교정·보호, 출입국 관리 등) 공무원에 편입하는 것으로, 실현된다면 임금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안직의 기본급이 경찰직보다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