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궁지에 몰리면 더 극단적인 군사행동까지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서방 정보당국의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고립돼 있으며, 자기 생각과 다른 견해에 차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 국가안보회의에서 긴 테이블 끝에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앉는 등 스스로 고립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고립 속에 외부 정보나 그의 생각에 반대하는 견해는 듣지 않는 '거품'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아드리안 퍼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학 교수는 "푸틴은 특정 소수의 사람 말만 듣고 나머지는 모두 차단한다는 면에서 자기 선전의 희생자"라며 "이런 행동은 외부 세계에 대한 이상한 시각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집단 내에서 특정 견해에만 확증편향을 갖는 이런 사고방식은 '집단사고'(group think)에 가깝다고 퍼넘 교수는 지적했다. 서방 정보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집단사고로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한 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립은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러시아가 당한 굴욕을 극복해야 한다는 '욕망'과 서방이 러시아를 몰락시키고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는 '확신' 속에 더 강화됐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에 대한 평가 요청에 "그는 수년간 불만과 야망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살아왔다"며 "자기 생각은 더 굳어지고 다른 견해로부터의 고립은 더욱 심해졌다"고 BBC에 말했다.
또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껴 더 조급증을 느꼈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한 고립의 장기화가 그의 심리에 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코너에 몰린 쥐가 되레 고양이를 공격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신이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른바 '광인이론'(madman theory)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서방 관리는 "그가 더욱 포악한 방식으로 달려들거나 무기의 수준을 높일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화학ㆍ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