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능 뺏길라' 산업부 전전긍긍... "통상과 산업 유기적 대처가 유리" 강조

입력
2022.03.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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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기획조정 분과에도 참여 희망
'외교통상부' 부활 노리는 외교부에 대응
전문가 "경제안보 총괄 컨트롤 타워 필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본격 가동과 함께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 때 산업부로 이관된 '통상 기능'을 외교부가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윤석열 당선인 주변의 외교부 인사들도 외교통상부 부활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개별 부처보다 통상을 포함한 경제안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두는 것을 권유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외교부 오간 '통상 기능'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산업부는 산업·일자리·부동산 정책 등을 총괄하는 인수위 경제2분과에 추천한 산업부 국·과장급 간부가 기획조정 분과에도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에서 산업부 입장을 대변할 포석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에는 특히 산업부가 위기 의식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산업부 산하에 있는 통상교섭본부는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외교부 산하였다. 문재인 정부도 통상 기능 이전을 검토했지만, 산업과 통상 분야가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조직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소수 사태’로 불리는 공급망 교란과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가안보실 산하에 3차장을 두고 경제안보를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단일화 전 통상 기능을 떼내 산업자원에너지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다.

엇갈리는 주장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가 먼저 움직였다. △외교와 통상 기능이 분리돼 각종 국제이슈에 신속·전략적인 대응이 어렵고 △주요 선진국이 ‘외교통상형’ 부처를 운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견을 인수위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인수위의 공식 의견수렴 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거나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멕시코, 중국 등은 ‘산업통상형’ 조직을 운영 중이고 △경제안보의 3대 정책수단(수출통제, 외국인투자심사, 산업기술보호)을 맡고 있는 산업부가 그간 효과적 대응을 해왔다는 게 산업부의 논리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나 탄소중립 정책 등은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 없이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큰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통상을 개별 부처가 따로 맡기보다는 경제안보라는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미국의 경제 공세에 중국도 과거 ‘한한령’ 같은 조치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통상 분야를 산업 분야에 가깝게 둬 기업이 움직일 여지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종전에는 대외관계 창구 단일화 차원에서 외교부가 통상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공급망, 첨단기술 등에 안보 및 정치 논리를 끼워 넣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양해를 얻고, 중국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선 정치와 실물경제 영역이 분리돼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안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