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공사 중단 위기에… 조합원들 "빚더미 앉게 돼" 분통

입력
2022.03.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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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시공사업단 19일부터 설명회
이주비 이자 지난달부터 조합원 부담
공사 멈추면 입주 차질...'난민 신세' 우려도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이주비 대출 이자도 내야 하고 2억, 3억 원씩 이주비를 부담할 수도 있다니까 밤에 잠도 안 와요. 탈출구도 없는데 빨리 입주했으면 좋겠어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한 조합원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 현장 내 견본주택으로 모인 조합원들 얼굴에는 낭패감이 역력했다. 갈등을 겪고 있는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사이에 오간 공문을 읽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공사가 지연되면 피해는 결국 우리 몫"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만2,032가구가 들어서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둔촌주공 건설 공사가 중단 위기에 처하자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20년 2월 착공해 공정률이 52%에 이르는데 입주 지연은 물론 이자 부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공기 지연, 공사 중단 사유와 현재 상황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분양과 입주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자 주거 대책과 자금 계획을 사전에 준비하도록 안내하는 자리다.

설명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당장 내야 할 이주비 대출 이자부터 걱정했다. 조합원들이 빌린 이주비는 무려 1조2,800억 원. 지금껏 사업비로 이주비 이자를 냈지만 현재 사업비가 거의 소진돼 이제는 각자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김모(50)씨는 "지난달부터 4% 가까이 되는 금리로 이자를 물기 시작했다"며 "분양이 진작 이뤄졌으면 대출금을 다 갚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업비와 이주비 대출이 오는 7월 만기되면 부담은 더 커진다. 대출 중단 시 조합원들은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고, 대출이 연장되더라도 최근 금리가 올라 이자가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 일정이 확실치 않으면 금융기관도 대출을 연장해 주는 게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공사가 멈추면 조합원들의 입주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시공사업단은 다음 달 15일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강동구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중단하면 근로자 재동원 등 추후 공사 재개에만 최소 2개월이 걸릴 거라 예측한다. 설명회에 온 조합원 이모(60)씨는 견본주택 중앙에 자리잡은 주택 모형을 보며 "2024년 입주에 맞춰 전세 계약을 했는데 이러다 난민 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과 주고받은 공문을 게재해 공기 지연과 공사 중단 사유를 밝혔다. 갈등의 핵심은 2020년 6월 체결된 공사비 증액 계약. 당시 조합과 시공단은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2조6,000억 원에서 3조2,000억 원으로 올리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새 집행부는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총회 결의에서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를 공지하지 않고 조합 임원의 연대보증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1조6,800억 원을 들여 외상으로 공사를 해왔다"며 공사 중단을 통보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도 강경 대응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다음 달 정기총회를 열어 전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비 증액에 대한 의결 취소와 계약 체결 취소를 안건으로 다룰 것"이라며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공사비 증액계약 무효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원이 6,100명을 넘는 만큼 당분간 설명회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설명회 첫날인 이날에는 200여 명이 견본주택을 방문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