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집무실 모델은 백악관... 대통령·참모·언론이 한 건물 쓴다

입력
2022.03.20 17:40
2면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벤치마킹하는 건 미국 백악관이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①대통령 집무실 주변의 시민공원화, ②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 같은 수평적 집무실.

①은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들인 뒤 청사와 연결된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실현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북악산을 끼고 있는 구중궁궐 구조의 청와대에서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②는 윤 당선인과 대통령실 직원들이 한 건물에서 일한다는 취지로, 이를 위해 국방부가 쓰고 있는 국방부 청사 10개 층을 한꺼번에 비우고 입주할 계획이다. 집무실 건물 1층엔 프레스센터를 만든다.

'청와대(靑瓦臺·Blue House)'라는 말은 없어진다. 대통령 집무실의 새 이름은 국민공모 등을 통해 정한다.

집무실 앞은 공원… “산책하며 대통령 일하는 모습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20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조감도에 따르면, 새 집무실 앞뜰엔 잔디가 깔린 거대한 공원이 조성된다. 미국 워싱턴DC 대로변의 백악관처럼, 대통령이 일하는 곳을 국민들이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최소한의 범위에만 낮은 펜스를 설치하겠다”면서 “잔디밭에서 결혼식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용산 미군기지는 전체 반환 예정 부지(203만㎡)의 약 10%인 21만8,000㎡ 정도만 반환된 상태다. 올해 안에 50만㎡까지 돌려받아 공원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윤 당선인 측은 공언했다.


집무실 바로 옆에 참모 사무실, 국무회의실… “밤새 토론하겠다”

백악관 웨스트윙에는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와 국무회의실인 캐비닛룸, 부통령실과 비서실장실, 국가안보보좌관실 등 참모진 사무실이 전부 모여 있다.

윤 당선인 측도 국방부 청사 3층에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 사무실, 국무회의를 열 수 있는 회의실 등을 나란히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민관 전문가와 기업인 등이 참여하는 분야별 민ㆍ관 합동 위원회 사무실도 같은 건물에 마련된다. 윤 당선인은 "1층엔 프레스센터를 두고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 대통령 가족 생활 공간인 관저, 참모진이 일하는 비서동(여민1ㆍ2ㆍ3관),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 등이 모두 떨어져 있다. 이 같은 공간 분리는 ‘불통’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을 여민관으로 옮겼다.

윤 당선인은 “최고 지성들과 공부하고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회의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최근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이제 역사 속으로

청와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60년 윤보선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관저 건물인 '경무대'의 이름을 ‘푸른 기와집’을 뜻하는 청와대로 바꾼 지 62년 만이다. 윤 당선인은 “이제 청와대는 없다"며 새 대통령 집무실 명칭을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5월 10일부터 완전 개방

윤석열 정부 첫날인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완전 개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윤 당선인은 “본관과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며 “서울 경복궁 지하철역에서 경복궁과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 가는 등반로 역시 개방된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