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분 공동주택 공시가격 공개와 함께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부담 완화의 폭을 놓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1주택자의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공약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림이 복잡해졌다. 여기에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자칫 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아파트 등) 공시가격 공개일인 2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보유세 부담 완화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폭은 지난해(19.05%)와 유사하거나 소폭 웃돌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아파트값 실거래가 하락세가 반영돼서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부동산시장에서는 잇단 신고가 행진에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른 현실화율 조정(70.2%→72.7%)을 감안하면 올해 공시가격이 30% 이상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18.04%였던 전국 공동주택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 상승률은 11, 12월에 하락 전환하면서 연간으로 16.41%까지 낮아졌다. 2020년(14.0%)보다는 올랐어도 오름폭이 예상보다는 낮아진 셈이다. 서울은 전년 17.24%에서 13.58%로 3.6%포인트 이상 줄었다.
정부는 그간 '2021년 수준 동결'을 골자로 보유세 완화 방안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서는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이 지난 18일 “보유세 부담이 대폭 증가하기 전인 2020년 시점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힌 데 이어,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못 박고 나섰다.
국민의힘 측에선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공시가격 적용은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우선 민주당 안을 쓴 뒤 추후 공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시가격이 나오는 23일에 정부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라며 “민주당의 (2020년 수준) 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유세 산정에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세 부담을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을 내는 기준(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서 일정 수준의 공제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는 데, 공시가격이 높아진 만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면 최종 세금을 낮출 수 있다. 이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고치면 가능한 방식이다.
지방세법은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0~80% 사이에서 정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 60%를 적용하고 있다. 종부세는 법으로 정해진 60~100% 사이에서, 올해 100% 적용이 예고돼 있다.
종부세를 예로 들면, 2020년 기준 공시가격 20억 원인 주택을 소유한 1가구 1주택 보유자는 공제(9억 원)를 제외한 뒤 남은 11억 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 90%를 적용한 9억9,000만 원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졌다. 만약 지난해 이 주택의 공시가격이 19% 올라 23억8,000만 원이 됐을 경우에는 공제(11억 원), 공정시장가액비율(95%) 적용 후 12억1,600만 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만약 올해도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하게 19% 올라 28억3,220만 원이 되고 공제(11억 원) 후 공정시장가액비율 100%를 적용하면 17억3,220만 원에 대한 종부세가 매겨진다. 만약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적 하한선인 60%로 낮출 경우 과세표준(10억3,932만 원)이 지난해보다는 낮지만 2020년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까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