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계획을 “졸속 강행” “제왕적 행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소집은 물론, 철회 거부 시 “결사의 자세로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지키겠다”고 단단히 으름장을 놨다. 윤석열 정부의 첫 공약 이행부터 여야가 극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직후 국회에서 “국가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좌우할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을 국민 의사도 묻지 않고 강행하는 것이 합당한가”라며 “국민의 뜻은 깡그리 무시한 횡포”라고 맹공했다.
50일에 불과한 짧은 이전 기간과 재산권 침해 등 문제점도 조목조목 열거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핵심 시설을 하루아침에 폐기하면 구멍 뚫린 국가방위는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안보 공백이 없다는 윤 당선인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또 “용산구와 남산 일대가 고도제한에 묶여 인근 지역의 재개발ㆍ재건축이 불가능해지고 용산 재개발과 국제 업무지구 조성 역시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면서 시민의 재산권이 제약받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대통령의 새 집을 꾸미자고 시민들 재산을 제물로 삼았다”는 거친 발언도 나왔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는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행태가 아닌지 묻고 싶다”며 “당선인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추진해도 될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왜 졸속 추진하느냐는 힐난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비난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우원식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취임도 안 한 당선인 신분으로 대한민국 국방부부터 선제타격할 줄은 어떤 국민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고, 조정식 의원은 “인수위법 어디에도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특정 부처 이전을 명령할 권한이 없다”고 꼬집었다. 급기야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허영 의원은 “국방부 이전 등 국군통수권은 아직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헌법 위반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청와대 이전은 민생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지금 대통령 당선인이 가야 할 곳은 집무실 이전 부지가 아니라 감기약 재고가 바닥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약국 현장”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민생이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