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마추어 바둑 대표 단체인 대한바둑협회 제8대 회장으로 서효석(76) 편강한의원 대표원장이 선출됐다. 바둑 아마 6단인 서 신임 회장은 본업인 한방 분야에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해외에까지 한약 브랜드인 '편강탕'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바둑계에선 홍보에 밝고 인적 네트워크가 좋은 서 회장 취임을 계기로 바둑의 인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26일 대한바둑협회장 공식 취임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만난 서 신임 회장은 "편강탕 홍보에 사용했던 묘수를 바둑 홍보에도 적용할 것"이라며 "컴퓨터 게임에 밀린 바둑의 재미를 재조명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바둑 인구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이목을 끌었던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도 하락하던 바둑의 인기를 멈출 수 없었다. 대한바둑협회는 현재 국내 바둑 인구를 7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 회장은 "한때 1,500만 명까지 치솟았던 바둑 인구가 급감한 이유는 쉽고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의 등장 때문"이라며 "바둑은 배우기 어렵고 경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바둑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한 서 회장의 방안은 한방 접근법과 비슷하다. 그는 "한의학 업계에 종사하며 늘 '쉬운 한방'을 강조해왔다"며 "한국 바둑의 인기도 '쉬운 13줄 바둑'으로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표준 형태인 가로세로 19줄 바둑보다 시간과 난이도 측면에서 이점이 많은 13줄 바둑을 보편화하겠다는 의미다. 서 회장은 "13줄 바둑은 1시간에 다섯 판을 끝낼 수 있어 심리적 장벽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13줄 바둑의 보급 대상은 주로 아이들이다. 서 회장은 "바둑을 방과 후 시간 프로그램에 국한하지 않고 정식 교과목에 편입할 수 있도록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특히 "근로일수 단축 논의에 발맞춰 아이들도 평일 중 하루는 온전히 생활체육에 투자하는 '스포츠 데이'를 누려야 한다"며 "두뇌 발달에 좋은 13줄 바둑이 선택지로 제시되면, 바둑 인구 100만 명은 금방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온라인 게임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바둑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전했다. 매년 두 나라와 활발하게 교류전을 이어오고 있는데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 회장은 그러면서 바둑의 세계화와 인기 회복을 위한 전략으로 미국 시장 개척을 꼽았다. 그는 "중국과 일본이 아닌 미국을 기점으로 바둑을 세계화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서 회장은 "비인기 종목인 레슬링이 미국의 영향력으로 세계적인 스포츠가 된 것처럼, 미국 청소년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 한국이 자연스럽게 '세계화된 바둑'의 종주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의 삶에서 바둑은 60년을 함께한 빼놓을 수 없는 놀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친의 영향으로 처음 바둑을 접했고, 한방업계에 들어선 뒤 본격적으로 실력을 쌓았다. 서 회장은 "개업 1년 차 때 놀러온 바둑 고수가 처음엔 6점을 내주다가, 1년 만에 2점을 내주는 정도까지 차이를 좁혔다"며 "일을 마치면 기원에 가서 바둑을 즐긴 결과 현재는 한의사 중 단연 최고 실력자"라고 자부했다. 한방업계에서 이룬 성공을 바탕으로 7년간 '편강배' 세계 바둑대회를 개최했을 정도로 그의 바둑 사랑은 남다르다.
전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열린 대한바둑협회장 보궐 선거에서 서 회장은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서 회장은 지지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인적·지역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한국 바둑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을 비롯한 스타 기사들을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미국 뉴욕까지 뻗어 있는 한의원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해 바둑의 전성기를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