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오토칼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제도적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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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9 06:30

미국에서 레몬(Lemon)은 불량품을 뜻하는 속어로 사용되는데, 레몬 마켓이라고 하면 중고차 시장을 뜻할 정도로 중고자동차 시장의 혼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가 현대 공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한 기계인 동시에 지속적인 정비와 유지·관리가 필수적인 내구재인 반면에, 소비자는 중고차의 성능과 품질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다.

지난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영세한 중고차 사업자들을 보호하고자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대기업의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 업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중고자동차 사기 피해 등 중고차 시장의 혼탁에 따른 각종 소비자 피해들이 수 차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렇게 혼탁한 중고차 사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보호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 등으로 결국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중고자동차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중고차의 품질과 이력 등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일정 부분 품질 보증도 제공되는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수입 중고자동차의 경우 이미 수입사나 판매사가 자사 차량을 재구매한 다음 일정 기준의 테스트를 거쳐 일명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 국산 완성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은, 완성차 회사가 중고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는 속내가 단지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중고차를 제공하는 것에 있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즉, 완성차 회사가 중고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들이 판매한 차량의 중고차 가격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신차 판매에 영향을 주는 중고차 가격의 하락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신차 판매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

이는 과거 수입차 브랜드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고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명시적으로 내세웠던 전략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에 완성차 회사가 진출함으로써 추상적으로 소비자의 권익 향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중고차 시장에서의 소비자 권익 향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고차에 대해서도 레몬법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레몬법’이란 하자가 있는 자동차에 대해 소비자의 교환 또는 환불 요구권을 인정하는 제도인데,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부터 인도 후 1년, 주행거리 2만km 미만의 신차에 대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차량을 교환 또는 환불해 주는 내용의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었다.

레몬법은 신차에만 적용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는데, 이번 기회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대신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함으로써 중고차 구매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제도를 함께 도입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비이력에 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 개선이다. 엔진오일과 같은 소모품을 제때 교체하였는지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정비이력 자료는 중고차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인데, 현재는 자동차365 홈페이지를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특정한 항목에 대한 정보만 제한적으로 조회가 가능할 뿐이고, 엔진오일 교환 이력과 같은 필수적인 소모품 교체 이력 등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서비스센터에서는 중고차를 구매한 차주에게도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과거 정비이력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맞춰 정비이력에 관한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도 함께 검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고차 성능보증보험 제도의 개선이다.

중고차 성능보증보험 제도는 중고차를 구입할 때 제공하는 성능·상태 점검 내용에 대해 성능·상태점검자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것인데, 중고차 구매자에게 보험료가 전가되고 보험으로 보장되는 항목도 제한적인데다 보험사들이 독단적으로 보험요율을 산정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많게는 10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지출하면서도 구입한 중고차의 하자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보험요율 산정의 투명화와 더불어 보장 대상을 확대하는 등 성능보증보험을 통한 소비자 보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250만~270만대 수준으로 신차 시장(144만대)의 2배 가까운 규모이며 판매금액 기준으로는 연간 약 30조원에 달하는 매우 큰 시장인 반면에,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불량품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하고 유통되는 대표적인 레몬 마켓이라는 오명이 붙어 있다.

이번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에 맞추어 자동차의 정비이력 등에 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레몬법 확대 적용 및 성능보증보험 보장 범위 확대 등 중고차 시장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기업 및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근무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 관련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 [강변오토시승기]를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MBC 표준FM 라디오 “주말하이킥 이윤석입니다”에서 “강상구 변호사의 카랑카랑”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skkang@jehalaw.com).

박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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