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 원칙 있는 대북관계 등 윤 당선인의 대외정책 기조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탄소중립 이슈에도 관심을 촉구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 반 전 총장을 초청해 1시간 정도 비공개로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미중 간 알력에 더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 국제사회는 지금 신냉전 체제에 들어와 있다"며 "자강과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대선기간 외교안보 자강론을 강조해온 윤 당선인도 "네"라며 적극 공감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회동 직후 취재진을 만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북한의 일방적 도발이나 조치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너무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 국제사회의 일반적 기준·원칙·가치 위에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한 바탕 위에서 중국과의 관계, 특히 한일관계도 정상화시켜서 인접국으로서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호흡을 맞춰 가면서 2050 탄소 중립을 꼭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에도 반 전 총장을 찾아 조언을 구한 바 있다. 당선 직후 재회를 두고 새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반 전 총장은 "그런 대화는 전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