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안 되는데..." 외교부, '靑 집무실 후보' 거론에 '당황'

입력
2022.03.18 20:00
'외교정보전용망' 재설치 등 난제 많아

“나가라면 나가야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 이전 후보 중 하나로 광화문 외교부 청사가 거론된다는 소식에 한 외교부 직원은 말끝을 흐렸다. 하루 아침에 일터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직원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는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는 외교 관료의 특성상 (집무실 이전에) 다들 관심 없는 척하고 있지만, 진짜 현실이 될까 봐 내심 걱정 중”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집무실 이전 점검차 광화문 청사를 방문한 이날 외교부는 종일 뒤숭숭했다. 특히 집무실 이전지가 용산 국방부 건물로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 외교부로 ‘불똥’이 튀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윤 당선인은 당초 부지와 경호 등의 이유를 들어 국방부 청사를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광화문 집무실’ 공약에 따라 외교부도 선택지에 올려둔 상태다.

문제는 국방부처럼 외교부 이전 역시 만만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교부가 입주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은 2002년 준공 당시부터 다양한 국제행사 개최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건물 자체가 외교통상 활동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용도로 꾸며졌다는 얘기다. 각종 회담장과 연회장 등을 갖춘 별관은 규모만 지하 6층, 지상 18층에 연면적 5만9,709㎡에 이른다. 이만한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미국 등 주요국 최고위급 외교 인사를 맞을 마땅한 장소도 없다.

청사를 옮긴다 쳐도, 진짜 고민은 따로 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약 170곳의 재외공관과 외교부 본부를 연결하는 ‘외교정보전용망’을 다시 설치하는 일이다. 본부와 재외공관이 외교문서 등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망은 극도의 보안을 필요로 한다. 통신망을 다른 곳에 새로 구축하는 데만 약 3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도 촉박하다. 통신망 재설치에 최소 3, 4주가 걸리는데, 이 기간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주한 공관들과의 소통 역시 삐걱댈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주한 외국대사관은 종로구ㆍ중구ㆍ용산구에 몰려 있다. 주재국 외교 컨트롤타워와의 접촉 등 접근성을 중시한 결정이라 서울 외곽으로 이전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