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 대출 수요가 줄어들자 은행들이 지난해 걸어뒀던 가계대출 빗장을 속속 풀고 있다. 대출금리는 낮추고 한도는 높이는 가운데, 전세대출 규제도 완화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갈증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간 대출금리를 올려온 은행권이 이자수익 감소를 우려해 문턱을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전셋값의 80% 이내'로 변경하기도 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 역시 같은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전세대출 규제 완화로 전세계약 갱신 시 대출한도는 큰 폭으로 올라간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1억 원이고 갱신 시 1,000만 원이 올랐다면, 기존에는 인상분(1,000만 원)에 대해서만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갱신 전셋값의 80%(8,8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졌다. 사실상 지난해 10월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규제를 자체 강화하기 이전 상태로 원상 복귀하는 셈이다.
대출금리와 한도를 조정하는 은행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대출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추고,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NH농협은행 역시 연초부터 대출한도를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는 이유를 두고 뒷말도 나온다. 그간 우대금리를 없애 대출금리를 높여온 은행들이 정작 가계대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자 이제 와서 이자수익 감소를 우려해 대출 빗장을 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석 달 연속 줄어들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그간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있었음에도 금리를 높여온 것 아니겠느냐”며 “아울러 새 정부의 대출 완화 정책에 미리 코드를 맞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