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일으킨 최악의 항공참사

입력
2022.03.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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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뉴욕 USAir 405편 참사


1992년 3월 22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로 가려고 미국 뉴욕 라과디아공항을 이륙한 유에스에어(USAir) 405편이 이륙 시도 직후 활주로와 충돌하며 미끄러져 인근 플러싱만(Flushing Bay)으로 추락했다. 탑승자 51명(승객 47명) 중 기장과 승무원 1명을 포함 27명이 숨지고, 2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기체 날개에 맺힌 얼음이 원인이었다.

얼음은 겨울철 항공기 운항의 치명적 위험요소다. 동체에 눈과 얼음이 쌓이면 하중도 커지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이륙에 필요한 충분한 양력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행기 날개는 위쪽은 둥글고 아래쪽은 평평하다. 가속시 날개 위쪽 곡면을 흐르는 공기압은 낮아지고, 아래쪽 직선면 공기압은 높아진다. 높은 압력에서 낮은 압력으로 이동하는 공기의 힘, 즉 이륙에 필요한 양력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날개에 얼음이 맺히면 압력을 분산시켜 정상적인 양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겨울철 항공기는 그래서 이륙 직전 제빙(de-icing), 방빙(anti-icing) 작업을 거쳐야 하고 다시 얼음이 맺히기 전 제한된 시간 안에 이륙해야 한다. 이륙한 비행기는 엔진 고열로 동체 및 날개를 데우며 날 수 있다.

405편은 플로리다 잭슨빌공항을 출발하면서부터 말썽을 빚었다. 눈보라를 동반한 악천후도 문제였지만, 승객 중 한 명이 이륙 직전 내리겠다고 해서 수화물까지 찾느라 예정시간보다 66분 늦게 경유지에 도착한 거였다. 게다가 뉴욕공항 제빙 트럭 중 한 대가 작업 직후 고장 나 이동을 못하는 바람에 이륙이 또 늦어졌다. 트럭 수리 후 두 번째 제빙 작업을 벌였지만 충분치 못했고, 기장 역시 마음이 급해 육안으로 비행기 동체와 날개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기장은 왼쪽 날개에 얼음을 매단 채 이륙을 시도한 거였다.

1992년 사고 직후 항공기 제빙액 개선과 제빙규정 강화 등 일련의 조치가 이어졌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