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윤석열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청와대 문은 늘 열려 있다"고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당초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로 계획했으나, 회동을 불과 4시간 앞두고 취소한 바 있다. 양측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권·사면권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실무협의 없이 만나자는 뜻인가, 빨리 만나자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양쪽 다 해당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 통합' 취지의 회동이 지연되면서 신구 권력간 충돌로 비치고 있는 만큼 의제 조율에 얽매이기 보다 일단 만나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회동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의 브리핑 이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청와대 만남과 관련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국민들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아울러 "문 대통령은 당선인 측의 공약 및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날 청와대 직원들에게 의사 표현을 삼가라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고 덧붙였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전날 페이스북에 3건의 글을 올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 등을 비판한 것에 대한 질책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참모진이 나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 등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회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탁 비서관은 SNS에 "비서동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힌 김 당선인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헉헉"이라고 비꼬았다. 이 글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미 설치되어 운영되고 보강되어온 수백억 원의 각종 시설들이 아깝고, 해방 이후 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역사들, 각종 국빈 행사의 격조는 어쩌지"라며 "그런데 여기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는 싶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하겠다"고 적었다. 현재 탁 비서관의 페이스북에서 이를 포함해 2건의 글이 삭제됐는데, 그 배경에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