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경우 500억 원이 아닌 최소 1조 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사이버사령부, 시설본부, 검찰단, 법원 등 주요 10개 부대가 뿔뿔이 흩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전 비용이 막대하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이다.
김 의원은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합참 건물에 2,000억~3,000억 원, 국방부 건물 하나에 2,000억 원, 이렇게 하면 최소 건물 짓는데만 1조 원이 든다"고 했다. 이어 아파트, 복지시설 등 부대시설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 액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특히 우려한 것은 합참 이전이다. 그는 "합참은 국가 최고 전쟁 지휘사령부이기 때문에 전자기펄스(EMP)탄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벙커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비용은 1,000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EMP탄은 전자장비를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비살상 전략무기다.
김 의원은 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연쇄적인 갑질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합참으로, 합참은 예하 부대로 가며 하급 부대에 압력이 전해지는 '나비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용산구 후암동 국방대 서울캠퍼스다. 그는 "국방부가 들어가야 된다며 다음 주 수요일까지 그곳을 비우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 때문에 국방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고 공황 상태"라고 했다. 더욱이 용산을 중심으로 구축해 놓은 "C4I 체계를 어떻게 다시 취합할 건지 제시하지 않아 군 전체가 동요하고 있다"고 했다. C4I는 지휘(command)·통제(control)·통신(communication)·컴퓨터(computer)·정보(intelligence)의 5대 요소를 사용해 전쟁을 치를 수 있는 통합 전장관리체계를 말한다.
김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할 경우 서울시민의 삶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중 청와대 경호체계가 이전해야 하는 용산구가 문제라고 짚었다. "용산구엔 여분의 땅이 적어 패트리어트 기지가 남산이나 효창공원으로 가고, 민간 아파트나 회사 빌딩 위에 대공 미사일 기지가 설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또 "고도제한 때문에 5층 이상 건물은 못 지어 용산구의 재건축이나 도시개발 계획이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여파가 멀리 강남까지 미친다고 했다. 집무실로부터 반경 8㎞ 정도를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강남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비행 금지 구역이 강북 지역만 돼 있고 강남까지는 안 나가 있다. 그러다 보니까 헬기나 민항기들은 강남 상공을 통과한다. 또는 한강 남쪽을 통과하고. 그런데 비행 금지 구역이 되면 항로까지도 바꿔야 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거듭 "집무실 이전이 아니라 국가 컨트롤 타워 이전으로 봐야 한다"며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길 주문했다. 그는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절대 반대한다"면서도 "꼭 옮겨야겠다면 5년, 최소 3년은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대 이전에도 3년은 걸리는데 이곳엔 대대급 300~400명이 있다"며 "두 달 이내 방을 빼라고 하는 건 안보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