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 쇼크 환자'에 믹스커피만 준 요양원… 대법 "주의의무 위반"

입력
2022.03.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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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과 요양보호사 등 3명에
벌금 300만~500만 원 확정

당뇨를 앓던 입소자가 저혈당 증세를 보였지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요양보호시설 관계자들이 유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 등은 2017년 4월 열흘 가량 저혈당 증세를 보이던 70대 당뇨환자가 쇼크로 쓰러진 뒤 사망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환자는 팔을 늘어뜨리는 등 의식 저하 상태를 보였지만, 요양보호사인 B씨는 원장인 A씨나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믹스커피만 마시게 하고 침대에 혼자 누워 있도록 했다. 또다른 보호사 C씨와 함께 피해자의 가래를 제거했을 뿐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는 시설에 17명의 입소자가 있었는데도 보호사 2명만을 배치해 법정 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응급상황 교육을 소홀히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보호사인 B씨와 C씨로선 피해자가 저혈당쇼크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저혈당 상태에서 믹스커피를 주면 일시 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경험에 기초해 조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A씨가 보호사 배치 기준을 위반했지만, 곧장 업무상 과실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이들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맞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 원을, C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매뉴얼에는 저혈당 등으로 경련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설 책임자에게 보고하도록 돼있는데, B씨와 C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원장 A씨에 대해서도 "잘못된 교육 및 지시로 B씨 등이 신고에 소극적이었다"며 "요양보호사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응급상황으로부터 입소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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