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여섯 차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한 만큼, 한은이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자칫 올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준의 '매파 행보'가 한은의 금리인상을 재촉하겠지만, 한편에선 경기둔화 압력에 한은의 인상 기조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17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연 1.25%)과 미국(0.25~0.5%) 간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줄었다.
연준은 향후 금리 수준을 전망한 점도표를 통해 올해 6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마다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연준의 계획이 현실화되고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올 하반기엔 양국 간 금리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한은은 일단 급할 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간을 벌어놨다는 게 그 이유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앞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연준의 속도에 끌려가는 리스크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설 방침을 밝히면서 한은의 움직임도 바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이에선 연준이 상반기 중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은도 올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해온 만큼,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2, 3차례 더 오를 수 있다고 본다. 고물가 압력에 추가 대응이 불가피한데다, 미국의 금리가 더 높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어 한은으로선 가만히 두고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에 도달할 것이란 시장 전망에 "한은의 시각과 큰 차이는 없다"며 추가 인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한은의 금리인상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거란 반론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져 미국도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지 못할 수 있다"며 "국내 수출 및 소비 증가세가 꺾이면서 한은 역시 올해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