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글로벌 ‘제로금리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다. 연준은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무려 10번이나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본격적인 ‘긴축의 시대’를 예고했다.
16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제로 수준에 머물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로 올라서게 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건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무려 7.9% 오르는 등 연준의 관리 목표(2%)를 1년째 웃도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금리 인상폭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금리 인상 군불을 지펴왔다.
연준은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긴축 시대’를 예고했다. 연준 위원들은 각자가 점치는 향후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예상 기준금리를 1.9%(중간값 기준)로 제시했다. 이는 연준이 올해 남은 6번의 회의에서 매번 금리를 올려야만 도달 가능한 수치다. 게다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2.8%)까지 고려하면, 내년까지 인상 횟수는 무려 10회에 달한다.
그간 양적완화로 뿌렸던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 개시 시점도 앞당겼다. 파월 의장은 “빠르면 다음 회의(5월)에서 (양적긴축을) 실제로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시작을 점쳤던 시장 예상보다 더 빨라진 것이다.
향후 기준금리 전망치가 중립금리를 넘어선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연준 위원들은 중립금리를 2.4%로 예상하면서, 동시에 2023년 말과 2024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2.8%로 제시했다. 중립금리는 물가 상승·하락 등에 압력을 주지 않는 균형 금리인데, 연준은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높여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7회 인상, 중립금리를 넘어선 기준금리 전망치 등은 예상보다 매우 매파적”이라며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필요할 경우 중립금리 이상의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매파적인 입장을 드러냈지만,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다. 긴축의 공포보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연준의 통화정책 일정표가 공개됐다는 점에 더 안도한 것이다.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는 가장 강력한 성장을 보이는 연도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경제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의 상승에 이어, 이날 코스피는 1.33% 오른 2,694.51에 장을 마쳤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최대 하락폭인 달러당 21.4원이나 급락하면서 1,214.3원까지 수위를 낮췄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도 코스피 시장에서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가 3.46% 오르는 등 동아시아 증시 역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미국 경기에 자신감을 피력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올해 중요 이벤트인 3월 회의를 무난하게 지남으로써 증시의 방향성은 위쪽을 향해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