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변론 '1세대 인권변호사' 홍성우씨 별세

입력
2022.03.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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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朴정권 사법파동에 옷 벗어
1988년 황인철 변호사와 민변 창립

군사정권 시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피고인·피해자들을 변호한 홍성우 변호사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홍 변호사는 경기중·경기고·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고등고시 사법과(13회)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1965년 대전지법 공주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1년 판사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한 1차 사법파동 때 법복을 벗었다.

홍 변호사가 인권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건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맡으면서부터였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유신 반대 투쟁을 벌인 민청학련을 향해 "불순세력의 조종을 받아 정부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긴급조치 4호를 발동하고 240명을 체포했다. 이때 홍 변호사는 사형 선고를 받은 이철, 유인태 등을 무료 변론했다.

이후 윤보선·김대중 긴급조치 위반사건(1976년), YH무역 노동조합사건(1979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사건(1985년),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1987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재정신청사건(1988년) 등 주요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1986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전신인 정의실천법조회(정법회)를 결성했다. 이후 2년 뒤 황인철 변호사와 함께 민변을 창립해 대표를 맡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 인권위원장, 기획위원, 환경보전특별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도 역임했다.

1995년에는 장을병 전 성균관대 총장과 개혁신당을 창당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후 통합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홍 변호사는 2004년 인권변호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인권변론 한 시대'가 있다. 긴급조치로 양심범 재판에 대한 언론보도가 금지된 당시 사건들의 공소장과 판결문, 변론자료 등 재판기록들이 담겨있다. 홍 변호사는 서문에 "양심범들의 정의로운 싸움이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는 떳떳하게 무죄로 밝혀지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조문은 17~18일 이틀동안 할 수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 정경남씨와 아들 홍원기(OBS 아나운서)·윤선(동덕여고 교사)·윤주·윤정씨 등이 있다. 발인 21일 오전 7시 30분. 02-3410-3151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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