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된 '10년 주기설'이 35년 만에 깨진 것이다. 2020년 4월 총선을 정점으로 '전국선거 4연승'을 거둔 거대 여당이 2년 만에 민심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민주당이 아니라 차기 정부의 '여소야대 국회'가 민생을 위해 운영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해답이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들어본다.
"이번 대선은 지난 5년간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였다. 특히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을 향한 꿈과 희망을, 우리는 '욕망'으로 규정해 죄악시했다. 도덕경만 읽었고, 변한 민심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민주당 주류인 86세대이자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동민 의원은 3·9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이같이 규정했다. 기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선후보가 분투했음에도 우리에게 다시 권력을 맡겨도 좋을지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2020년 4월 총선 압승 이후 단 1년 만인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급격하게 떠난 민심을 끝내 되찾지 못한 것을 가장 큰 패인으로 꼽았다. 민심 회복 방안으로 인적 쇄신 외에 △부동산 △젠더 △한미동맹 △대중·대북 관계 등의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의 변화를 강조하며 "달라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선 결과가 말하는 민심은 무엇이었나.
"한마디로 '권력 잡았을 때 잘하라'는 경고였다. 우리가 집권 기간 국민들과 잘 소통했는지, 국민들의 아픈 곳을 찾아 정교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했는지 등에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선거 패배 원인을 꼽는다면.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후 집권세력에 실망해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를 접은 '이탈 민주층'을 잡지 못한 것이 컸다. 대선 기간 이탈 민주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현 당선인)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이탈 민주층보다 호남과 문 대통령 지지자 등 전통적 지지층에 다시 힘을 쏟았다. 전략적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개인 능력을 앞세워 분투했지만,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넘는 데 역부족이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도 있다.
"대선 직전 전문가들은 8~10%포인트 차로 민주당이 질 것으로 봤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10%포인트 압승론'이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판 2030세대 여성 등 부동층이 움직였다. 국민의힘에 의한 시대 퇴행, 혐오 확산을 우려해 눈물을 머금고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다. 이 후보나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선에서 2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최대 승부처 서울에서 패배한 원인은?
"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등 4가지 이슈가 서울 표심을 좌우했다. 이 후보가 보다 경제성장을 잘할 후보로 유권자에게 인식됐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율을 좁힐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부동산을 이념 문제로 접근한다'는 시민들의 잔상을 지우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부동산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건가.
"그렇다. 부동산을 금융과 공급, 세제 등 종합적 관점에서 전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집권세력 내에 없었다. 그런 채로 과거(노무현 정부) 실패한 정책을 십수 년 뒤에 답습했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본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인 저금리도 주요 요인이었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 답을 찾기 어렵다.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솔직히 호소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 '임기 내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 집을 파시라'고 했다. 그 결과는 어땠나. 그 말 듣고 집을 판 사람들만 심리적으로 '폭망'했다.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욕구와 희망을 죄악시하며 이념 문제로 접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서울의 구(區)별 득표율을 보면, 집값과 재산세가 높은 곳은 윤 당선인, 낮은 곳은 이 전 후보가 앞섰다.
"단지 집값 문제만이 아니다. 민주당이 종합적으로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이탈 민주층을 붙잡지 못했다. 단, 민심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민주당이 중도층의 지지를 잃은 것은 부동산 실패와 무리한 검찰개혁, 내로남불 때문이라는 진단은 4·7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은 비싼 돈을 들여 민심을 조사한 뒤, 그걸 따르지 않고 우리 마음대로 한다. '돌아서면 잊는다'는 의미로 나는 '우리가 붕어 IQ 아니냐'라는 말도 한다. 재보선 참패 후 민심은 '민주당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요구했다. 민생과 코로나19 극복에 전념하라는 것인데, 우리는 하고 싶은 것만 계속했다."
-앞으로의 쇄신 방향은.
"국민 목소리 경청이 우선이다. 시대는 이미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시대가 잘못 가고 있다, 우리가 옳다'고 고집해선 안 된다. 우리는 이제 꼴통, 꼰대처럼 비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능력주의나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에서 지역이나 성별 나눠먹기보다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발언이 '정답'은 아니지만, 왜 대중에게 공명을 일으키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인적 쇄신도 필요하지 않나.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에 문제가 크다. 윤 위원장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선거 책임의 한복판에 있는 분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조만간 선출될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원장 인선을 다시 해야 한다. 윤 비대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향후 '여소야대 국회'에 어떻게 임해야 하나.
"지금은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시간'임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때로는 선명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협력과 견제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사안별로 필요하면 매일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총회를 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