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용산 시대, 서두를 일 아니다

입력
2022.03.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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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와대 이전 부지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측은 이미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았고 국방부는 정부과천청사로 이전을 준비한다고 한다. 국방부 청사는 지하벙커와 헬기장을 갖추고 있어 경호와 교통, 비용 면에서 제1 후보지였던 광화문보다 현실적이나 그래도 선결 과제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두 달 시한을 두고 서두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뒤 시간을 두고 아무 문제가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에 자리를 잡으려면 국방부 청사를 비워야 하는데 국방부 공무원만 이사 날짜를 잡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 영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국방부근무지원단, 국방부검찰단과 군사법원, 국방부 의장대대와 정보통신대대 등이 어디로 얼마나 옮겨갈 것인지를 검토해야 하고 필요하면 새로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 국방부 장관 역시 경호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주변 고층건물에서 국방부 영내가 훤히 보이는 것도 해결해야 경호와 안보상 문제가 없다. 두 달 안에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청와대로 윤 당선인이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며 윤 당선인이 새 집무실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는데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반 동안 검토한 끝에 광화문 이전 공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가 비판받은 것은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어겨서였지 청와대 이전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윤 당선인 역시 국민과의 소통을 청와대 이전의 이유로 들었다. 소통은 임기 내내 노력해야 할 일이지 집무실 이전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아니다. 집무실 마련이 인수위 최우선 과제인 양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이유가 풍수나 무속 때문이냐는 의심을 부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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