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대로 지킨다... 관건은 지급 시기·액수

입력
2022.03.16 18:30
5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을 실행 우선순위 리스트에 올려놓기로 했다. 다만 큰 틀에선 이행할 방침이지만 '취임 즉시 지급'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16일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은 당선인의 핵심공약이기 때문에 인수위에서도 국정과제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원회 핵심 관계자도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이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큰 틀에서 공약은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가는 병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을 약속했다. 당시에도 올해 병장 월급(67만6,100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인상하는 것인 만큼, 윤 당선인의 주요 타깃이었던 20대 남성을 의식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윤 당선인 측은 이에 대해 "공정과 상식을 보장하는 나라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 공약"이라며 "당선인의 이행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결국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하는가이다.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3배 가까이 인상하기 위해선 당장 5조1,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국방예산 54조6,112억 원의 9.3%에 이르는 작지 않은 액수다. 선거 과정에선 올해 예산 지출 조정을 통해 재원을 추가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예산 마련 방안을 인수위가 기획재정부와 함께 따져 봐야 한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 즉시 지급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급여 인상분은 나중에 소급해줄 수도 있는 만큼 임기 내에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면 된다"고 했다. 즉각적인 월급 인상 외에 전역 시 목돈 지급 방식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200만 원'이라는 액수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병사 급여 인상은 부사관·장교 급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선거 기간 해당 공약에 대해 "지금 부사관 월급이 200만 원이 되지 않는데, 부사관 또는 장교 월급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말해줘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하사 1호봉은 월 170만 원, 소위 1호봉은 월 175만 원 수준이다. 더욱이 9급 공무원 1호봉(월 168만 원)보다 병사 급여가 높아져 공무원 사회 전반으로 형평성 시비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약 설계 당시에는 비슷한 직역과 형평성보다는 병사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며 "지급 시기와 액수는 인수위에서 면밀히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