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어 바이든도…미·유럽 vs 러, 제재 맞불 대치 격화

입력
2022.03.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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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바이든 등 美 최고위 인사 13명 제재
백악관 "우린 러시아관광 계획 없다" 일축
美, 러 인권침해 조장 4명에 벨라루스도 제재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최고위급 인사 개인 제재 맞불 작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개인 제재를 단행한 데 이어 러시아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자체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제재 불똥은 캐나다와 벨라루스 등 미러 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들로도 번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입국 금지 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 등 13명을 지정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외교안보 최고위급 인사는 물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서맨사 파워 미국국제개발처장도 포함됐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미국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대러 제재) 대응 조치인 이 같은 행보는 미 행정부가 취한 극단적인 러시아 혐오 노선의 불가피한 결과”라며 러시아 제재에 앞장선 미국 관료는 물론 언론인, 기업가 등도 제재 명단에 추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는 또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외무ㆍ국방장관 등 캐나다 주요 인사 313명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사키 대변인은 “(제재 대상인) 우리 중 누구도 러시아 관광을 계획하고 있지 않고, 누구도 러시아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의 제재를 괘념치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은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제재안을 추가했다. 부인, 3명의 자녀와 함께 미국 내 개인 자산 동결,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등의 제재안이 부과됐다.

또 미 재무부는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러시아인 4명과 기관 1곳을 제재하기로 했고, 국무부도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빅토르 졸로토프 국가근위대 대장 등 러시아 국방부 최고위급 인사 11명 신규 제재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이날 러시아 대상 4차 제재안을 결정했다. 여기에는 33억 유로(약 4조5,000억 원) 규모 러시아산 철강 제품 EU 수입 금지, 보석이나 와인 같은 사치품 러시아 수출 금지 등이 포함됐다. 영국도 보드카, 철강, 목재 등 러시아산 수입품 수백 개에 3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24일 유럽 방문 계획도 공식 발표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EU 정상회의 참석이 주요 목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이 되는 시점인 만큼 미국과 유럽의 공동 대응 기조 확인,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방안 논의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날 경우 서방의 러시아 견제와 우크라이나 총력 지원 메시지를 던질 수 있게 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