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새 정부의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에 두기로 잠정 확정했다. 갈수록 커지는 경제안보 중요성을 감안해 ‘대통령실 격상’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작은 청와대’를 지향하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해 총리실이 주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6일 “신흥안보위원회(ESC)를 대통령실 산하로 옮기는 방안은 현재로선 검토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당선인이 중시하는 작은 청와대와 ‘책임총리제’ 구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안에 ESC를 설치한다’는 기존 계획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ESC는 윤 당선인이 기후변화, 환경악화, 감염병, 마약유입, 신흥기술 등 새롭게 대두된 안보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을 약속한 조직이다. 특히 지난해 말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 이후에는 치밀한 관리가 시급한 ‘공급망’ 등 경제안보 분야의 지휘부 역할을 수행할 조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북핵 등 전통 안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신흥 안보는 총리실의 ESC가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다. 당초 공약대로라면 위원장은 국무조정실장과 민간 전문가가 공동으로 맡는다.
ESC가 어디에 속할지는 인수위 안팎의 주요 관심사다. 위상이 높아질수록 ESC에서 내리는 결정의 무게와 실행 속도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시다 후미오 내각 출범과 함께 경제안보장관직을 새로 만드는 등 경제안보 정책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이 글로벌 추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후보 시절 윤 당선인 캠프 안에서도 “ESC를 청와대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인수위와 국민의힘 주변에서 역시 “ESC 소속은 가변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비등한 ESC 격상 목소리에도 인수위가 조직 개편 논의에 앞서 쐐기를 박은 것은 윤 당선인의 ‘슬림한 청와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공약 발표 당시 ESC가 총리실 직속으로 가닥이 잡힌 것도 ‘비대한 청와대 불가 방침’을 고수한 윤 당선인의 지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러 정부 조직 개편을 놓고 인수위 주변에서 갑론을박이 예상돼, 잡음 소지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향후 인수위가 본격 가동되면 ESC 위상은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열려 있다. ESC는 감염병 등 민생안보 이슈만 담당하고, 경제안보는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비서관 등을 신설해 별도로 맡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외교, 경제부처 모두 청와대에서 경제안보를 다루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을 것”이라며 “윤 당선인을 설득할 합리적 논거를 찾으면 인수위에서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