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열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줄곧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 정의와 법치'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국정 비전이 제시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서 표출된 진영 간 분열을 감안, 지역과 세대 갈등 해소를 위한 메시지도 취임사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은 1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각계 전문가와 경륜 있는 분들을 모시고 서로 깊이 있는 토론과 논의를 거쳐 취임사를 정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준비위원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윤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 정의와 법치, 통합과 화합을 수없이 강조했고 지역균형발전, 세대, 지역 또 갈등과 격차를 해소해야겠다고 많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런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국정 전반에 걸친 대통령의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준비위원장은 취임식 전반의 기조에 대해 "선거 기간 했던 약속은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지킨다. 국민과 정부가 하나가 되고 정부는 국민을 위해 무한대의 봉사를 한다. 그 정신을 바탕으로 해서 콘셉트를 잡는 게 어떻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과 반목을 끝내고 국민통합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도 필요하다고 봤다. 박 준비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얼마 전에 사면을 했다. 안타깝고 아쉽기는 하지만 국가 원수를 지낸 분인데 그렇게 장기간 수감생활을 하도록 놔두는 것은 국가의 위신과 체면으로 봐서도 적절치 않다. 그런 것을 예상해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사면권을 헌법에서 규정을 하고 있지 않나"면서 "인간적인 측면에서, 국가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사면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준비위원장을 몇 차례 고사했지만 거듭된 요청에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밀알의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수락했다는 그는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 대해서도 같은 응답을 내놨다. 박 준비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작은 밀알의 역할을 해야 되지 않나"면서도 "제가 바란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평가해 주셔야만 가능한 일이다. 크게 기대하거나 바라고 있지 않다. 그만한 능력이나 경륜이 받쳐주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전남 보성 출신의 박 준비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지금의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을 겸한 자리다. 광주에서 4선을 했고 민주당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에도 몸을 담았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함께 국민의당을 만들었고, 이후 바른미래당에서는 공동 대표를 지냈다. 그가 안철수 위원장과 함께 국민통합을 강조한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박 준비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에 대해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는 "민정수석은 국민의 사명과 실상을 파악해서 국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권력 기관에 개입을 하고 간섭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오용하는 사례가 상당이 많았다"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아쉽게도 그런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민정수석실은 폐지가 되더라도 대통령의 통치 인사 기능을 보좌하는 기능은 2개 이상의 부서가 권한 분산을 하는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박 준비위원장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시대에 대통령과 검찰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민정수석실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당선인께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지키면서, 민주적 통제를 받아가면서, 자율적으로 기강을 유지하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검찰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데 대해선 "후임 대통령 당선인과 상의도 하고 인사권 행사를 하는 것은 몰라도 독단적으로, 물러날 대통령 임기 지금 한 달여 남았는데 여기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조금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날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이른바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를 우려해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청와대는 '원칙적으로 대통령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