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러시아 디폴트'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대형 악재를 눈앞에 두고 숨죽이고 있다. 두 악재 모두 어느 정도 예견된 상태지만, 막상 현실화되면 시장이 받는 충격은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러시아 국채의 이자 지급 만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장 16일(현지시간) 이자 지급 만기가 도래한 국채에 대해 1억1,700만 달러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어 △21일(6,500만 달러) △28일(1억200만 달러) △31일(4억4,600만 달러) 등 다른 국채의 만기일도 줄줄이 밀려있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국채 이자 지급을 못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러시아 금융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가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6,300억 달러로 세계 4위 수준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중 실제 사용 가능한 금액은 300억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러시아의 낮은 상환 의지 역시 디폴트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다만 디폴트가 실제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칠 후폭풍은 과거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을 당시와 달리, 세계 금융시장이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사태 등을 겪으면서 러시아의 자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춰왔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주요 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은 총 1,214억 달러 수준으로, 2014년(2,564억 달러)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 금융사의 대러시아 익스포저도 14억7,000만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디폴트가 유럽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주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이 같은 날 예고돼 있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 수위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커질 수 있다. 파월 의장은 ‘3월 0.25%포인트 인상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동시에 ‘향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디폴트와 미국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견된 악재지만, 막상 현실화됐을 경우 그 파급력은 예상과 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긴축 공포가 현실화된 가운데, 러시아 디폴트로 자금 순환까지 막히면 시장이 받는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기술적 디폴트 여부 결정과 FOMC 회의가 맞물려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두 악재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확인한 뒤, 주식 투자 등에 나서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