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없어 장례 화환 주문 못 받아요"... 수입량 줄고 코로나 사망자 증가 탓

입력
2022.03.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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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물량은 줄었는데 화환 수요는 증가
대국값 국산은 4배, 수입산은 3배 올라
업계 "이달 말 공급량 늘면 숨통 트일 것"

서울시청 인근에서 꽃 소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14일 오전 근조 화환용 국화(대국)를 사려고 도매상가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화훼상가를 찾았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평소 한 단(20송이)에 1만2,000원 선인 국산 대국값이 3만 원까지 올라서다. A씨는 대국을 구하지 못해 화환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훼상가에서 대국 위탁판매를 하는 홍모(57)씨는 "30년째 국화를 팔고 있는데 한 단에 3만 원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국이 전국적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 시장을 잠식한 수입산 대국 공급량이 계절적 요인과 겹쳐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사망자가 늘어 근조 화환 수요는 급증한 탓이다. 이 때문에 국화 화환 주문을 받지 못하는 업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화훼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입산 대국 가격은 평년의 서너 배에 달한다. 베트남산 대국을 취급하는 한 수입업체는 지난달 한 단에 5,000원 선에 팔던 이 품종의 가격을 이번주 최고 1만5,000원으로 올렸다. 국산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1일 양재동 화훼공판장 경매에서 대국 품종 '신마'의 최고 거래가는 한 단에 5만 원, 평균 거래가는 4만1,116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시기 신마의 평균 가격은 1만 원 선이었다.

이렇다 보니 A씨처럼 근조 화환 주문 접수를 잠정 중단한 업체도 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소재 화환업체 대표 서모(44)씨는 "그간 물량을 넉넉히 준비하면서 버텼지만, 더는 추가 수급이 안 되고 (가격 인상으로) 수지 타산도 안 맞아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 가맹점을 둔 꽃배달업체 관계자도 "계속 소매점에 전화를 돌리는데 화환을 만들 수 있다는 업체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국 품귀의 주원인은 수입산 대국 공급 감소다. 업계에 따르면 3월은 원래 계절적 요인으로 대국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기다. 주종 판매품이 겨울 대국에서 여름 대국으로 전환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주요 국화 수출국인 중국·베트남의 작황이 나빠 수입 물량이 크게 줄었다. 전북에서 30년간 국화를 재배해온 B씨는 "겨울철 국내 대국 시장의 수입산 의존도가 70~80% 수준인데 수입에 차질이 생기니 국산에 몰렸다"며 "하지만 이미 값싼 수입산에 밀려 재배를 접은 국내 농가가 많아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사망자가 많아지면서 장례용 조화 수요가 증가한 점도 국화 가격을 끌어올렸다. 전국 꽃배달업체 관계자는 "이번주 하루 근조 화환 주문건수가 평소보다 30%가량 늘었다"며 "사망자 수가 많아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중갑 한국절화협회 이사는 "화장터가 부족할 정도로 사망자가 많은 상황이다 보니 국화 수급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계절적 요인과 오미크론 때문에 사망자가 늘어 화장 시설을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대국 공급을 제약하는 계절적 요인이 이달 말부터 점차 사라지면서 품귀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선 국내 화훼시장의 취약성이 재차 드러났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국내 국화 시장은 수입산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가 됐다"며 "정부가 화훼산업법 등에 이런 변화를 신속히 반영해 대응하지 않으면, 다른 품종 시장도 수입산에 잠식되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