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운용을 두고 논란을 빚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 '나눔의집'에서 임시이사 5명이 선임된 지 1년여 만에 전격 사퇴했다. 논란의 여파로 이사회에서 물러났던 조계종 측에서 최근 이사들이 대거 선임되면서 임시이사들과 이견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눔의집 임시이사와 공익제보자 등 10여 명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될 수 없어 임시이사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인이어야 할 피해 할머니들을 수용자로 대상화하고 있는 등 운영진의 낙후된 인식과 행동이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물러난 임시이사 5명은 돌봄전문가, 역사연구자,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나눔의집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1월 선임됐다. 사퇴 이사 중 한 명인 이찬진 대표이사 대행은 "나눔의집은 공익법인법에 준하는 개방적이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이사회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며 "온전히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정상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공익제보자로 나선 나눔의집 일본인 직원 야지마 츠카사씨는 "나눔의집의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위안부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기 광주시는 2020년 10월 정관 위반을 이유로 나눔의집 사외이사(일반인 이사) 3명에게 선임 무효를 통지했다. 경기도도 같은 해 12월 나눔의집 이사회 11명 중 승려이사 5명에 대해 민관합동조사 방해, 후원금 용도 외 사용, 노인복지법 위반 등의 이유로 해임 명령 처분을 내렸다. 승려이사 등은 해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포기했다.
이후 나눔의집은 지난해 1월부터 임시이사 8명과 기존 승려 이사 3명 체제로 운영되다가 최근 조계종 측 정이사 5명이 새로 선임됐다. 종단과 임시이사진은 나눔의집 운영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임시이사들은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조계종 승적을 가진 사람을 임원의 5분의 1로 제한 △나눔의집을 현행 무료 양로원 형태가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로 전환 △후원금 손해 구상권 청구 등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