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이 고(故)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의 구속을 방해한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족은 전 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전 실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중사의 부친과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중사 사건을 맡은 20전투비행단 군 검사가 가해자인 장모 중사를 구속 수사하려고 했으나 공군본부 법무실 등 상부의 지시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전 실장이 직권을 남용해 구속 수사를 막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장 중사의 성추행과 다른 상사들까지 합세한 2차 가해를 견디다 못해 그해 5월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범행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 강제추행 혐의로 군검찰에 송치된 장 중사는 여론의 원성 속에 그해 6월 초 구속될 때까지 두 달가량 불구속 수사를 받아 축소 수사 의혹을 샀다. 이와 관련해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 전 실장이 가해자 측 로펌에 있는 해군 간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차원에서 수사 초기부터 불구속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공군본부 법무실이 20비행단 군 검사에게 불구속 수사의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제보에 따르면 공군본부 법무실 수뇌부는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를 개시했을 때 20비행단 군 검사에게 '모든 것을 네가 안고 가라'며 회유하고 협박했다"며 "하지만 군 검사가 국방부 검찰단에 구속 수사 무마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진술하자 보복성 징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수사 검사와 피해자(이 중사) 국선변호인이었던 군법무관이 유가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해자를 구속하려 했으나 불구속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제보를 부인하지 않고 유가족에게 사과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유족은 이날 오후 공수처를 찾아 전 실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군 검찰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공수처에서 진실을 밝혀달라는 요구다. 이 중사 부친은 "공수처가 한 치의 성역도 두지 않고 전 실장 등 공군법무 법무실이 저지른 악행을 수사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립 이후 현역 장성에 대한 고발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실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 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군본부 법무실은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군 검사에게 불구속 수사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군인권센터의 허위 폭로성 기자회견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검사 회유 및 협박 의혹에 대해서도 "군 검사도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받을 때 '공군본부 법무실이 구속수사를 막았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공군본부 법무실 인원 중 어느 누구도 군 검사에게 '모든 것을 네가 안고 가라'며 회유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