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일성은 '강한 인수위원장'이었다. 인수위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 중 일부를 선별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다. 역대 인수위원장과 달리 실권과 실무를 쥐는 동시에 '국정운영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약과 국정과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들이 역대 정부에서 50% 정도였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50%, 노무현 정부 때 60%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선 인수위 없이 하다 보니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하면서 여러 부작용들이 많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된 보궐선거인 관계로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출범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인수위 과정에서 당선인의 공약 중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폐기될 수 있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폐기는 아니고 몇 가지 가능한 정책적 방향들에 대해 보고를 하고, 그중에 당선자가 선택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데, 생각이 다른 부분들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저는 여기서 발표한 공약들 중 가능한 해법들을 찾아보고, 몇 가지 선택지들에 대해 준비한 다음에 당선자 의사에 따라 거기에 대한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재검토 가능성을 원론적으로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 위원장은 대선후보 시절 여가부를 '양성평등부'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윤 당선인과 입장 차이를 보인 바 있다.
안 위원장 측 이태규 의원은 기자회견 뒤 입장문을 내고 "정책 폐기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 언급을 한 바 없다"고 서둘러 진화했다. 인수위 초기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로,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안 위원장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것에는 "현재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 대해선 "사무총장끼리 만나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국정의 5가지 과제로 △공정과 법치, 민주주의의 복원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지역균형 발전 △국가 지속가능성 △국민통합을 제시했다. 이는 공동정부의 동반자로서 자신의 철학과 윤 당선인의 철학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겸손·소통·책임을 인수위 운영 원칙으로 꼽으며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역사와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인수업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비상대응특위 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코로나 특위는) 방역 등 의료 파트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파트로 나눠서 전문가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도 안 위원장에게 힘을 실으며 예우해 줬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과의 차담회에서 "국정과제 로드맵을 일일 단위로 꾸준히 밀도 있게 챙겨나가겠다"며 "국가안보와 민생을 위해 속도감 있게 정부 인수인계 업무를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수위를 가동하게 되면 당선인으로서 앞으로 인수위 전체회의 주재는 물론, 수시로 점검회의를 열겠다"며 안 위원장과 적극적인 소통도 약속했다.